딱 먹어본 그 맛
레쓰비보다 고급스러운 편의점 맛 컵커피
요즘 화훼단지 농원 안에서 매일 빙그레 아카페라 커피음료를 마신다.
이유는 별거 없이 단순하다.
사장이 쿠팡 로켓프레시 배송으로 박스채 주문을 했다. 비어있던 사무실 테이블 밑 빈 공간은 커피박스로 채워졌다.
덕분에 미니냉장고 밑칸 공간도 아카페라 커피병으로 작은 줄이 세워졌다.
배송받은 아카페라 커피는 총 3가지 맛이 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단맛이 나는 바닐라라떼Vanilla Latte.
진한 단맛이 미각을 절여버리는 카라멜마끼아또Caramel Macchiato.
심심한 듯 말을 걸어주어 혀끝에 단맛이 살짝 돋는 스위트 아메리카노Sweet Americano.
내가 가장 선호하는 맛은 바닐라라떼다.
라떼류 중에 그나마 덜 달고 바닐라의 부드러운 잔향이 코끝에 맡아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3가지 맛 모두 어디선가 먹어본 딱 기대치에 충족한 맛이다.
친구끼리 편의점에 들러 "마시고 싶은 음료 하나씩 집어"할 때 잠시 망설이다 손에 쥐는 편의점 커피.
동네 마트나 슈퍼마켓에서는 절대 사지 않는 종류의 커피들이다.
어리고 젊을 적엔 대부분 파란색 레쓰비 캔커피를 골랐다.
진한 단맛에 부담 없는 가격의 대명사였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먹으니 조금은 가격이 있고 아는 인스턴트 맛을 고르게 된다.
아카페라가 딱 그런 커피 중의 하나다.
아카페라로 달라진 일상
평소 커피 루틴은 맥심 화이트골드를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입에 달고 살았다.
이른 새벽 출근부터 커피믹스 입구를 개봉하여 종이컵 안에 내용물을 쏟아부은 후 정수기의 따뜻한 물로 녹이는 일상.
아직 5월의 새벽은 찬 공기가 남아있다.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면서 몸을 풀어간다.
어느 날 보니 커피통은 완전히 비워졌다.
아침부터 따뜻하지 않은 달디 단 커피음료를 입에 대는 게 어색하다.
허나 모닝커피가 없으면 하루의 시작이 왠지 모르게 허전하다.
비닐하우스 매장 안에서 식물을 화분에 심는 일이라 항상 공기 중에 흙먼지가 떠다닌다.
뚜껑 없이 오픈된 종이컵의 커피에 분명 먼지가 떨어져 조금씩 쌓인다.
환경이 무서운 게 적응이 되어서 그 정도는 신경을 안 쓰고 마시게 된다.
아카페라 커피는 플라스틱 페트병에 담겨 나온다.
마실 때마다 뚜껑을 열고 닫는 게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먼지가 들어갈 일이 적으니 마실 때 부담이 없다.
그래서인지 작업장 곳곳에 아카페라 병이 올려져 있다.
다만 재활용 수거를 위해 일일이 모아서 봉투에 담아놔야 한다.
매장에 놀러 와 커피를 마신 후 쓰레기봉투에 휙 하고 던지는 사장님들이 많아서 남몰래 수거 중이다.
아카페라 커피가 맛은 있지만 한 병에 1,000원이 넘는다.
맥심 화이트골드 커피믹스 스틱 100개짜리 박스가 15,000원 정도 하는데 간단히 마시기에는 조금은 부담되는 가격이기도 하다.
곧 날씨가 뜨거워질 텐데 아마도 완전한 여름이 되면 냉장고 안의 아카페라가 큰 활력소가 되지 않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