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CU 편의점 우무 아이스크림 삼고초려

낮가림 2023. 2. 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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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무우무






얼마 전 친구가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제주의 유명 푸딩집 '우무(umu)'의 로고와 푸딩 캐릭터가 그려진 작은 사이즈의 용기였다.
갑자기 우무사진을 보내온 이유가 뭘까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또 나 빼고 말없이 혼자 제주로 놀러 간 건가?
살짝 우울에 담근 손가락을 미적대며 "제주 갔니?"라고 물어봤다.
편의점이라는 답장이 왔고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우무 땅콩 아이스크림, 우무 커스터드 아이스크림 제품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푸딩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이었다.
게다가 제주가 아닌 서울에서?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니 제주 푸딩맛집 우무와 CU편의점이 콜라보한 제품이었다.
사실 최근에 나온 신상품인 줄 알았는데 작년 가을에 출시된 제품이었다.
참고로 우무는 제주 해녀 어르신들이 바다에서 직접 채취하신 싱싱한 우뭇가사리로 만든 푸딩가게다.
처음 제주로 여행 갔을 때 마지막날 공항에 가기 전에 도착한 곳이 우무매장이었다.
캐리어와 가방을 든 여행객들과 뒤섞여 긴 줄을 섰고 마침내 친구와 입장해서 푸딩과 파우치 등 굿즈를 구매했다.
동문시장 횟집으로 들어가 회가 나오기 전 맛을 봤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만져졌다.
그날 이후 푸딩집의 작은 팬이 되었다.




CU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말에 퇴근 후 바로 동네에서 가장 큰 CU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살폈다.
이상하다.
앞에 놓인 사진에는 우무가 있었다.
아무리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계산대로 직행해서 직원분에게 물어봤다.
"우무 아이스크림은 다 나갔나요?"
"오무요?"
"우무우무요"
"네 모무요?"
"우무...우..우무우무"
"아 우무"
"네..우무..."
"저희 매장은 발주를 안 해서 없는데.."
나는 애써 놀라지 않은 척하며 집어온 곰표팝콘을 내밀었다.
그렇게 커다란 과자봉지만 든 채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다시 퇴근 후 동네에서 두 번째로 큰 CU편의점으로 걸어갔다.
냉동실을 살펴보고 또 봤지만 우무는 없었다.
나는 물어보기를 포기하고 작은 롤케잌 하나를 집어왔다.
우무를 얻기가 이리도 힘들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들고 온 롤케잌은 가족들이 하나씩 떼어먹었다.
친구에게 우무를 얻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날 위로하지 않았다.




또다시 다음 날 동네에서 내가 아는 마지막 CU편의점으로 향했다.
전보다 작아진 기대감으로 들어섰지만 삼고초려이니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살짝 가미돼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 냉동실 안에는 하겐다즈와 유명 아이스크림만 진열되어 있었다.
왜 우무는 없을까 하는 좌절 속에 빈손에 무언가를 꽉 쥐었다.
컵라면 하나와 과자 한 봉지.
터덜터덜 걸으며 집으로 향했다.




세 번의 시도를 했지만 우무 아이스크림은 없었다.
이 동네 편의점은 아예 발주를 하지 않았나 보다.
많이 아쉽다.
친구는 동네에서 좀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구입했다고 하는데 같이 가봐야지.
그 방법밖에는 없다.
기필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