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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감기로 몸살, 두통, 오한을 겪고 치료하며 휴식하는 후기

낮가림 2024. 5. 1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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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여름 감기는 낭만이다.




여름 감기는 가녀린 아이 같다


며칠 전부터 몸에 힘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체력을 뒷받침할 에너지가 사라졌다.
눈가에 눈물막이 씌워진 듯이 멍하다.
목은 늘 잠겨있고 가래가 걸린 듯이 답답하다.
코에서 아무 준비 없이 갑자기 콧물이 뚝하고 떨어진다.
가끔씩 재채기가 나와 온몸을 요동시킨다.
약간의 몸살끼와 약한 두통, 오한이 살짝 몸을 가라앉힌다.
아마도 여름 감기에 걸렸나 보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속담이 있는데 나한테 오뉴월 감기가 왔다.
코로나를 의심할 수도 있지만 한 번 겪어봤던 몸의 증상을 비교해 봤을 때 그냥 감기라는 확신이 든다.
환절기에 조심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조심하고 미리 예방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다.



환절기 여름 감기는 주로 에어컨 바람으로 걸린다고 한다.
집에 에어컨이 없으니 범인은 써큘레이터 선풍기다.
5월 초에 무더위가 갑자기 찾아와 잠들기 전에 서큘레이터를 틀어놓고 수면 취침을 했다.
아마도 얼굴 정면에 바람을 맞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밤까지 덥다가 새벽이 되면 온도가 내려 날씨가 상당히 쌀쌀하고 추웠다.
바깥 창문을 열어놓은 틈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와 방안 공기를 식혔다.
얇은 이불을 덮고 잤더니 새벽마다 깨어서 몸을 움츠리며 발이 시렸던 기억이 난다.

모든 환경이 여름 감기에 걸리기 딱 좋은 세팅이었다.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로야 여러 가지겠지만 모기에 물린 적은 없으니 차가운 바람과 낮은 온도가 주원인일 듯싶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한 겨울에 반팔만 입고 다니는 내가 여름에는 꼭 한 번씩 감기에 걸린다.
다행히 독감정도의 증상은 아니다.
며칠 푹 쉬면 나을 듯하다.



그냥 쉬는 게 휴식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치료방법은 딱히 없다.
병원에 들러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뒤 약을 처방받거나 주사를 맞고, 몸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이 있을 뿐이다.
나처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을 귀찮아하는 사람들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감기약을 구입해야 한다.
그마저도 귀찮다면 최대한 몸을 쉬게 해야 한다.

생각해 보니 약 한 달 동안 가장 바쁜 시기라 몸의 근육이 쉬지를 못했다.
한상 뻐근했고 경직되어 있었다.
아직도 팔을 들거나 허리를 피면 끄응하는 소리가 입에서 날 정도로 근육이 뭉쳐있다.
어버이날이 끝나고 성수기의 끝을 알렸을 때 온몸의 긴장과 정신줄이 풀렸나 보다.
아마도 그때 집에서 찬바람과 함께 감기가 찾아온 듯하다.



사람의 육신은 주기적으로 쉬어주어야 한다.
매시간 항상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칠 수 없듯이 반드시 휴식의 기간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보통의 감기는 나에게 휴식과 건강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주기적으로 찾아와 주는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제 다 끝났으니 그만 좀 쉬라고 나를 독려하는 걸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환기를 위해 잠깐 열어놨다.
벌써 방안 공기가 차갑다.
저녁 식사 후 잠시 쉬다가 따뜻한 물로 온수샤워를 했다.
지금은 따뜻한 물을 끓여 오설록 티를 우린 뜨끈한 차맛이 몸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평소에 갖지 못한 티타임을 가지며 우아한 저녁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여름 감기는 낭만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몸과 에너지에 관심을 둘 수 있는 그런 소소한 낭만.



이제 일찍 깊은 수면에 들어야겠다.
감기에 걸린 몸은 스스로 치료하는 수단을 찾아간다.
나에게 그 수단은 깊은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