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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갑 낙성대점 샤로수길 매운맛 1인 혼밥 중식

낮가림 2024. 8. 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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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 주냐
매워서 난 주거





비가 내리고 국물이 땡기면



동남아시아 날씨처럼 갑작스러운 폭우가 항시 대기 중이던 장마기간의 어느 여름날.
열대지방 스콜로 변해버린 소나기를 피해 집으로 돌아왔다.

떨어지는 비를 보니 퇴근 후 저녁식사로 짬뽕국물이 떠올랐다.
공기 중에 습기 찬 날은 반드시 매운맛 음식이 당긴다.
친구와 술 한잔 하려 해도 혼잡한 장마기간에 매일 만날 수 있을 리 없다.
이런 날은 혼밥 감성의 중국집을 알아놔야 한다.
혼자 사는 1인가구 증가로 식당에서도 혼밥족과 1인분 배달 주문 횟수가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혼자 밥 먹는 체험이 어색하고 불편한 내향형의 사람들이 있다.
내가 딱 그런 유형의 스타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짬뽕은 참기 힘들다.
낙성대 샤로수길 끝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짬뽕갑 낙성대 직영점.
오픈 초기부터 가게 외부에 전시된 입간판 광고로 많은 이벤트를 홍보했지만 이제야 늦은 방문을 한다.



행복한 혼밥러


퇴근 후 취미 운동으로 러닝을 한다.
동네 뒷산이 관악산이라 트레일러닝과 주로를 겸해서 달릴 수 있다.
낙성대 공원 방향 서울둘레길을 달리면 금방 체력이 소모되어 배가 고프다.
운동 중에 저녁식사나 외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비에 젖은 산길을 뛰어내려오면 비 비린내가 숲향과 함께 진하게 난다.
비바람이 불어 숲을 흔들면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이 온몸으로 떨어진다.
빗방울이 낙하하여 크게 튕긴 자리에는 물에 젖은 자국이 진하게 남는다.
마치 국물이 튄 것처럼 그냥 집으로 돌아가면 찝찝함이 남는다.
비 향이 물씬한 날에는 뜨끈한 국물로 배를 채워야 한다.



산에서 하산 후 강감찬장군 동상을 지나 낙성대공원을 가로질러 인헌초등학교 방면으로 쭉 내려간다.
도로옆 횡단보도 앞 보행자 신호등에 멍하니 서서 기다린다.
길 건너에 짬뽕갑 낙성대점이 보인다.
벌써부터 입안에 칼칼한 매운맛이 감돈다.



가게 앞을 짬뽕육수 소개로 도배한 입간판 배너가 벽처럼 늘어서있다.
흰 간판에 호랑이 그림과 매운고기 짬뽕전설 짬뽕JJAMPPONG GAP 문구와 상호가 적혀있다.
길바닥에 달라붙은 습한 기운을 밟으며 가게문을 열었다.
바로 앞에 바처럼 긴 1인 식사 혼밥테이블이 보인다.
어색하면 튀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문 앞 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는다.



주문하기 편하게 각 자리마다 작은 태블릿크기의 셀프 키오스크가 비치되어 있다.
작은 종이 배너에 네이버NAVER 영수증리뷰 이벤트 광고도 있다.
주문화면 안에 다양한 메뉴의 음식 사진이 보였으나 어차피 내 선택은 짬뽕과 탕수육이다.
매운맛과 극을 이루는 단맛.
더 맵거나 더 달지 않도록 서로의 맛을 보완하고 중재하기에 짬뽕, 탕수육 조합은 더할 나위 없다.



키오스크 주변에 짬뽕 단계별 매운맛 안내판이 붙어있다.
안전구간, 주의구간, 경고구간세세히 0.5단계부터 9단계까지 나눠져 있다.
맵기단계를 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으나 '중독되는 강렬한 매운 맛' 2단계를 눌렀다.
불닭볶음면 맵기도 버거운 나에게 안전구간 이상을 탐험할 맵부심 따위 있을 리 없다.
짬뽕과 1인 탕수육, 테라 맥주 1병까지 장바구니에 담은 후 카드결제로 주문완료를 마쳤다.
화면에 주문완료가 뜨자마자 주방에서 띵동 하는 벨소리가 울렸다.



테이블 냅킨을 한 장 빼어 식탁에 올린 후, 검고 긴 젓가락을 11자로 차분히 얹는다.
직원분이 갖다 주신 차가운 물병을 들어 종이컵에 냉수를 옮긴다.
멋지게 일어나 주방 앞 셀프코너에 서서 작은 그릇에 단무지, 짜차이 등 곁들일 밑반찬을 담아 온다.



테이블 위에 식사도구와 물 한잔, 기본반찬을 올린다.
혼자 먹는 밥이어도 상차림은 누가 차려준 듯 이쁘게 준비한 후 설렘만 가지고 음식을 기다린다.



언제 조리되어 나올지 모를 따뜻함을 기다리는 사이에 매장 안을 천천히 둘러본다.
맞은편 테이블 사이에 불투명 유리가림막이 있어 마주 보는 사람과 시야가 겹치지 않아 좋았다.
시원한 인테리어에 묵직한 우드톤이 방금 산을 내려온 나에게 공간이동의 작은 연장선처럼 다가왔다.




갑짬뽕 · 1인 탕수육



짬뽕갑의 모든 메뉴는 주문과 동시에 조리되어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조리과정 중 먼저 나온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가벼운 혼술의 평화를 음미한다.



살짝 씁쓸한 맛이 입안에 맴돌 때 탕수육이 등장했다.
적양배추, 양파, 당근이 채 썰려 노르스름한 탕수육 위에 자리 잡았다.
탕수육 하나를 집어 소스에 찍먹 하려 살짝 담갔다.
꿀 바른 듯 진득한 소스가 튀김껍질 표면으로 흘러내린다.
테이블로 떨어지기 전에 입으로 받아 반을 베어문다.



바삭한 튀김옷이 여름답지 않게 두툼하고 어금니에 씹힌 돼지고기는 단맛을 뱉어내며 소스와 처음으로 살이 닿는다.
고기에 저장된 열이 탕수육 소스의 녹말을 더 부드럽게 헤집는다.
치아로 눌러버리는 고기의 묵직함과 새콤달콤한 소스맛이 자연스레 술 한 잔을 엮는다.
운동 후 처음 찌르는 단맛이 온몸에 절은 짠맛을 눌러버렸다.
앞뒤 없는 탕수육 반 덩이를 다시 소스에 찍었다.
채소를 올려 같이 곁들이니 아삭하는 식감이 달라붙는다.



넓은 그릇에 안전구간 2단계 갑짬뽕이 담겨 나왔다.
짬뽕그릇 겉 색깔이 검고 속은 빨갛다.
왠지 모를 익숙함에 떠올려보니 다큐에서 보던 독개구리가 이런 화려하고 짙은 색을 지니고 있다.
대개 화려한 컬러조합은 포식자에게 주의를 주는 경고색이다.
안전구간을 골랐지만 갑짬뽕의 포스는 포식자인 나에게 경고구간의 위협을 드러내고 있다.
불닭볶음면에 거리를 두던 맵찔이가 저 맵기를 견딜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짬뽕면과 건더기 사이를 둥지처럼 자리 잡은 작고 하얀 메추리알이 눈길을 끌었다.
수저를 들어 붉은 국물과 고기건더기를 담았다.
입구에서 강조하던 닭육수와 돼지육수 레시피가 들어간 빨간 국물이다.
매운맛이 사실 통증과 고통의 미각이라는데 살짝 겁먹은 혓바닥이 아직 여운이 남은 단맛에 기대어있다.
산에서 비 맞으며 상상 속의 짬뽕국물을 몇 번이고 들이킨 입안에 드디어 고통 한 숟갈을 부었다.




뜨끈한 액체와 작은 고깃덩이가 잠시 입안에 머무르다 기름 바른 듯 목구멍을 넘어간다.
역시 아는 맛이 무섭다.
기대한 그 맛이 느껴지자 온몸에 흥이 돋는다.
톡 쏘는 매운맛이 아닌 입에 닿을수록 서서히 희열의 통증을 높이는 칼칼한 국물이다.
따라놓은 알콜보리차로 매운맛을 안정시킨다.




적당히 기분 좋은 매운맛이 먹는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짬뽕과 나를 연결하는 면실타래를 다양한 건더기와 함께 들어 올린다.
찰랑거리는 면을 낚아채니 씹을수록 베어든 매운맛이 살짝씩 우러난다.




절임채소 짜차이가 담백하고 짠맛이 있어 면발과 잘 어울렸다.
단무지는 보통의 중식집보다 만두피만큼 얇아서 쌈무처럼 면위에 얹어 둥글게 말아먹을 수 있다.
단무지 단맛이 매운맛을 살짝 꼬집으면 냉수까지 마시지 않아도 되었다.
사실 위험해 보이던 외형과 달리 안전구간이 맞았음을 인정했다.
다만 3단계 맵기는 먹다가 불을 뿜을 듯했다.
나로서는 2단계가 매운맛을 즐거운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유일한 구간이었다.



짬뽕, 탕수육, 밑반찬, 맥주 한 병, 냉수 세잔 정도를 비웠다.
거의 남김없이 식사를 끝내니 배가 불렀다.
사장님과 직원분에게 잘 먹었다는 감사를 드린 후 밖으로 나왔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밖은 후덥지근했다.
이제 퇴근 후 비 오거나, 추운 겨울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 올 수 있는 식당이 생겨 기분이 좋아졌다.



습한 낙성대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소화를 시켰다.
조금씩 날은 어두워지며 주의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몰라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이 순간은 달리기가 즐거운 고통이었다.





🍜 짬뽕갑 낙성대직영점
서울 관악구 낙성대로 24-1 1층

짬뽕갑 낙성대직영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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