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금의 삶이 내가 꿈꾸던 현실인가?
왜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이 꼬였는지 모르겠다.
오래전에도 부족함 없는 경제적 자립을 원했다.
제주를 알기 훨씬 전부터 말이다.
하지만 입에서 뱉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할 때마다 삶의 무게는 더 쌓여만 갔다.
어릴 때부터 삶과 일이 힘들다고 나 홀로 소리 내어 독백을 했다.
솔직했지만 그 힘들어는 나이를 먹을 수록 복리 효과처럼 커져만 갔다.
이제 그 힘들어는 어깨와 목을 누르고, 손목을 짓누르며 무릎과 발목을 찍어 내리고 있다.
주문처럼 걸어만 다녀도 힘들어가 나오도록.
최근에 포스팅을 자꾸 빼먹은 이유도 힘들어서다.
이젠 몸이 견디는 수준이 아니라 거부 반응을 하고 있다.
육신이 늙어가는게 아니라 망가져 가고 있다.
좀 쉬어야 회복이 될 텐데 그럴 여유가 없다.
잠깐 누워 눈의 피로를 풀고자 하면 금세 잠에 들어버리고 깨어나면 새벽이다.
자는 중에도 온몸이 쑤신다.
괴롭게 살기 위해 살아가는 기분이다.
이제는 조금씩 부정적인 말을 쓰지않으려 노력한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어나온 힘들어는 막기가 힘들다.
아예 입을 닫았지만 생각이 되어버린 힘들어는 머릿속에서 읽히고 만다.
생각마저 통제가 안된다.
몸과 생각을 모두 힘들어에 빼앗겨 버렸다.
힘들어는 새로 생긴 나의 모든 습관에 시비를 걸었다.
영어공부하기.
책 읽기.
포스팅하기.
힘들게 이런 걸 왜 하냐고.
힘들어는 내 몸을 아프게 했다.
다른 곳에 생각이 뺏기지 않도록.
녀석은 성공했다.
난 모든 습관을 며칠 째 멈춰야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습관을 행하는 게 힘든 것이 아니라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어쩌면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중에 누구나 겪는 일일 수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의 과거는 내가 잘 알기에 좋은 습관을 행하지 않으면 난 언제나 똑같은 과거 속에 살뿐이다.
이제는 입에 붙은 힘들어를 삶에서 생략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힘든 삶의 추임새 같은 것이다.
나름의 인내를 길러준 주문이다.
힘들어를 대체할 주문이 필요하다.
제주.
그래 제주다.
내 목적지를 잊지 말자.
이젠 힘들어 대신 제주를 내뱉자.
내가 하는 말이 현실이 될 것이다.
제주가 쌓이고 쌓여 검은 돌담처럼 단단해질 것이다.
강한 저항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생각 끝에 이 말 하나 얻어 내었으니 걱정 없다.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