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2

공포라디오

제주의 숲을 한밤중에 거닐고 싶다. 나는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던 시절 유튜브로 공포라디오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의 내가 양자물리학과 심상화, 명상 등의 형이상학에 관심을 두는 것처럼, 그때는 공포라는 신비주의에 심취해 있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직장, 퇴근길, 집에서 귀신과 사람이 엮인 이야기에 눈과 귀를 내어주었다.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이상한 일들에 관심을 주었을 때 현실의 무료함과 지쳐가는 정신은 잊을 수 있었다. 살면서 귀신을 본 적은 없지만 이상한 일들은 가끔씩 겪어왔다. 그런 체험들은 소름이 돋고 몸의 감각들을 최대치로 올려주었다. 귀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 내부에서 들리는 혼잣말을 들었을 때는 내가 모르는 세상이 분명 있다고 믿었다. 나는 공포를 두려워한다. 요즘은 심야괴담회..

제주 심야괴담회

공포의 밤 나는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취향이다. 비디오테이프가 메인이었던 그 시절에는 하루에 2편씩, 공포영화 혹은 호러영화라고 불렸던 영상물들을 빌려서 집으로 가져왔다. 가장 밝은 대낮 부모님과 형제들은 모두 사라지고 나 홀로 공포영화를 즐겼다. 사람의 마음을 놀래키기 위해 온갖 기교를 부리는 영상들을 보며 그 시절 나는 꿈을 꾸었다. 작년 나의 여름휴가 미션 중 하나는 숙소에서 TV로 밤늦게 심야괴담회를 본방으로 보는 것이었다. 낮에는 제주의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지친 몸을 정갈하게 씻고 경건한 마음으로 심야괴담회를 기다렸지만 제주는 지방방송이 나왔다. 나는 크게 낙담했고 통창으로 보이는 검고 검은 숲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때의 한을 품고 난 올해는 꼭 제주에서 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