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술이 아닌 제주에 취했다. 첫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와 나는 제주공항을 나와 첫 방문지로 동문시장을 선택했고 올레 횟집에서 첫 고등어회를 먹었다. 처음 느껴보는 회의 맛에 혀의 미각이 살아났다. 배부른 두 여행자는 횟집에서 나와 동문시장을 어슬렁거렸다. 우리에겐 숙소에서 먹을 간식거리가 필요했고 더 세분화하자면 나에겐 더욱더 제주스러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나 제주야 라고 외치는 제주스러운 귤, 당근, 동백꽃 등의 액세서리를 구경했다. 귀엽기는 했지만 사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다. 고등어회처럼 낯설지만 익숙한 존재감이 필요했다. 그리고 멍하니 시장 골목길을 걸어가던 중에 매장 앞 가판대에 올려진 페트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맥주. 분명 제주맥주라고 써져있었다.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