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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과 꿈

나의 무의식은 꿈이라는 콘텐츠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생산하고 있었다. 나는 매일 꿈을 꾼다. 살면서 단 하루도 꿈을 꾸지 않은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하지 못 한 날은 많다. 대부분 알람 소리에 깨어 멍을 때리면 유리창의 입김처럼 서서히 사라진다. 며칠 전의 꿈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마치 액자 속 그림을 보는 것처럼 고개를 들어 현실에서 꿈속 이미지를 떠올리며 되새김한다. 나는 꿈속에서 동네길을 걷고 있었다. 길 사이로 고양이와 놀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고즈넉한 일상이었다. 조금 더 걸으니 담벼락 위를 연초록의 덩굴 식물이 가득 덮고 있었고 작은 천장이 되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작은 바람이 불자 아직 감을 곳을 찾지 못한 여린 새순들이 하늘거리며 ..

제주 심야괴담회

공포의 밤 나는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취향이다. 비디오테이프가 메인이었던 그 시절에는 하루에 2편씩, 공포영화 혹은 호러영화라고 불렸던 영상물들을 빌려서 집으로 가져왔다. 가장 밝은 대낮 부모님과 형제들은 모두 사라지고 나 홀로 공포영화를 즐겼다. 사람의 마음을 놀래키기 위해 온갖 기교를 부리는 영상들을 보며 그 시절 나는 꿈을 꾸었다. 작년 나의 여름휴가 미션 중 하나는 숙소에서 TV로 밤늦게 심야괴담회를 본방으로 보는 것이었다. 낮에는 제주의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지친 몸을 정갈하게 씻고 경건한 마음으로 심야괴담회를 기다렸지만 제주는 지방방송이 나왔다. 나는 크게 낙담했고 통창으로 보이는 검고 검은 숲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때의 한을 품고 난 올해는 꼭 제주에서 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