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람이 돼야지. 나는 발걸음이 빠른 서울 사람이다. 급할 이유가 없는데도 속도를 낸다. 주위의 풍경은 너무 익숙해서 눈길도 주지 않는다. 내가 있을 곳은 나의 일터고 나를 이동시켜줄 운송수단에 올라타야 한다. 서울은 빠른 도시다. 출근길 속도에 의식하지 못했던 카페가 퇴근길 느린 걸음에 인형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보세 옷을 팔던 옷가게는 케이크 디저트 가게로 바뀌었고 한창 잘 나가던 큰 횟집은 문을 닫았다. 불과 얼마 전인데 빠르게도 망하고 생기고 망하고 생긴다. 동네에 정육점만 10곳 정도가 되고 미용실, 이발소, 바버샵 등 헤어숍은 다 기억 못 할 만큼 동네 이곳저곳에 문을 열었다.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샵도 많아졌다. 바쁜 시간이 지나고 고개를 돌려 천천히 둘러본 나의 동네는 너무 달라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