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밤 나는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취향이다. 비디오테이프가 메인이었던 그 시절에는 하루에 2편씩, 공포영화 혹은 호러영화라고 불렸던 영상물들을 빌려서 집으로 가져왔다. 가장 밝은 대낮 부모님과 형제들은 모두 사라지고 나 홀로 공포영화를 즐겼다. 사람의 마음을 놀래키기 위해 온갖 기교를 부리는 영상들을 보며 그 시절 나는 꿈을 꾸었다. 작년 나의 여름휴가 미션 중 하나는 숙소에서 TV로 밤늦게 심야괴담회를 본방으로 보는 것이었다. 낮에는 제주의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지친 몸을 정갈하게 씻고 경건한 마음으로 심야괴담회를 기다렸지만 제주는 지방방송이 나왔다. 나는 크게 낙담했고 통창으로 보이는 검고 검은 숲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때의 한을 품고 난 올해는 꼭 제주에서 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