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3

여름 감기로 몸살, 두통, 오한을 겪고 치료하며 휴식하는 후기

에취~, 여름 감기는 낭만이다. 여름 감기는 가녀린 아이 같다 며칠 전부터 몸에 힘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체력을 뒷받침할 에너지가 사라졌다. 눈가에 눈물막이 씌워진 듯이 멍하다. 목은 늘 잠겨있고 가래가 걸린 듯이 답답하다. 코에서 아무 준비 없이 갑자기 콧물이 뚝하고 떨어진다. 가끔씩 재채기가 나와 온몸을 요동시킨다. 약간의 몸살끼와 약한 두통, 오한이 살짝 몸을 가라앉힌다. 아마도 여름 감기에 걸렸나 보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속담이 있는데 나한테 오뉴월 감기가 왔다. 코로나를 의심할 수도 있지만 한 번 겪어봤던 몸의 증상을 비교해 봤을 때 그냥 감기라는 확신이 든다. 환절기에 조심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조심하고 미리 예방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다. 환절기 여름..

카테고리 없음 2024.05.15

에어컨 바람과 제주

여름을 여름처럼... 나는 집에 에어컨이 없다. 무더운 여름의 한 낮과 눅눅한 열대야 밤에는 딱 오징어 숙회처럼 말랑말랑 해져있다. 몸이 그렇게 뻗어버리니 정신이 말짱 할리가 없다. 천장만 쳐다본 채로 어서 온도가 식기를 기다릴 뿐이다. 가끔 너무 더울 때는 어느 겨울날, 출근길에 체험한 가장 추운 한기를 기억과 감각 속에서 꺼내온다. 짧은 순간이지만 영하의 온도를 몸속에 비축한다. 나의 뇌는 겨울과 여름을 오가며 계절에 속고 또 속는다. 머리 위에는 벽걸이 선풍기가 돌아가고 바닥에는 써큘레이터와 휴대용 무선 선풍기가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3대가 나를 둘러싼 채로 바람을 불어낸다. 에어컨의 냉기보다는 약하지만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대니 기분이 좋다. 눈만 감으면 바로 잠에 들것이다. 나에겐 작은 소망이 ..

에어컨이 숨 쉬는 계절에는 제주로 가야한다

오늘은 날이 꽤나 더웠다. 초여름의 습함을 경험했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날씨 앞에서 모두가 힘이 빠져버렸다. 내 마음속에서는 어서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로 떠나가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차가운 커피 한 잔을 하고 싶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눈을 감은 채로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나는 삶을 바꾸고 싶었다. 걱정이다. 걱정하면 안되는데 걱정이다. 우리 집엔 에어컨이 없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집엔 에어컨이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을 부채와 선풍기로 살아왔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매년 덥다고 하면서도 암묵적인 룰인지 부모형제 그 누구도 에어컨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했던 오래전 여름의 어느 새벽엔 자다가 깬 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