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그와 나는 송당리로 휴가를 왔고 이른 아침에 산책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아무도 없는 고요함. 뻥 뚫린 도로. 지나다니는 차들은 보이지 않는다. 전형적인 제주 구옥들이 모여진 동네의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송당리 큰 길가로 나온 후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한다. 어차피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물어볼 동네 주민들도 안 보인다. 이 시간에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가게는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큰 도로를 건너 직진하기로 한다. 햇살은 뜨겁고 그늘은 누가 지워버린 것처럼 길가에 희미하게 누워있다. 이 넓고 푸른 공간에 오직 그와 나 둘만 있다. 모험이 시작됐다. 물이 바짝 마르고 풀들만 길게 자란 수로의 제방 위에 올라 걷는다. 오랜만에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