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2

제주로 퇴근하겠습니다

나도... 제주로 퇴근하겠습니다. 최근 제주맥주가 제주라거를 출시하면서 광고한 슬로건이다. 제주로 퇴근하겠습니다... 나는 이 문구를 읽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아련했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떠나 제주로 이주해오는 또는 한달살이 등의 휴식기를 가지는 이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도시에서는 완벽한 어둠을 찾기가 힘들다. 우리는 퇴근 후에도 불안정한 어둠 속에서 피곤한 몸을 뉘이고 잠을 청해야 한다. 그러나 집 앞의 가로등과 꺼지지 않는 이웃집의 불빛은 숙면을 방해한다. 집안에서도 전자기기의 작은 불빛들이 거리의 네온사인처럼 매일 그 자리에서 반짝인다. 냉장고의 작은 소음들과 바깥의 소리들이 벌레들처럼 내 귓구멍 속으로 자꾸 들어온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잠을 설치다가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고 알람 소리에 깨어..

제주맥주

우리는 술이 아닌 제주에 취했다. 첫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와 나는 제주공항을 나와 첫 방문지로 동문시장을 선택했고 올레 횟집에서 첫 고등어회를 먹었다. 처음 느껴보는 회의 맛에 혀의 미각이 살아났다. 배부른 두 여행자는 횟집에서 나와 동문시장을 어슬렁거렸다. 우리에겐 숙소에서 먹을 간식거리가 필요했고 더 세분화하자면 나에겐 더욱더 제주스러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나 제주야 라고 외치는 제주스러운 귤, 당근, 동백꽃 등의 액세서리를 구경했다. 귀엽기는 했지만 사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다. 고등어회처럼 낯설지만 익숙한 존재감이 필요했다. 그리고 멍하니 시장 골목길을 걸어가던 중에 매장 앞 가판대에 올려진 페트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맥주. 분명 제주맥주라고 써져있었다.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