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2

에어컨이 숨 쉬는 계절에는 제주로 가야한다

오늘은 날이 꽤나 더웠다. 초여름의 습함을 경험했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날씨 앞에서 모두가 힘이 빠져버렸다. 내 마음속에서는 어서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로 떠나가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차가운 커피 한 잔을 하고 싶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눈을 감은 채로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나는 삶을 바꾸고 싶었다. 걱정이다. 걱정하면 안되는데 걱정이다. 우리 집엔 에어컨이 없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집엔 에어컨이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을 부채와 선풍기로 살아왔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매년 덥다고 하면서도 암묵적인 룰인지 부모형제 그 누구도 에어컨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했던 오래전 여름의 어느 새벽엔 자다가 깬 적이 ..

나의 계절은 제주에 있다

이제 날씨가 따뜻하다. 봄이 진짜로 왔나 보다. 여전히 이른 아침에는 서늘하고 오늘은 비가 내려 차가웠지만 봄은 봄인가 보다. 내 인생에도 봄이 있었을까? 20대 때 분명 그 계절을 붙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난 잡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후로 오랫동안 기나긴 겨울이었다. 혹독한 현실에 너무 추워서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간 내 꿈들은 탐욕스러운 뱀들과 함께 동면에 들어가야 했다. 아주 오랫동안 꿈들은 땅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어느새 난 그 존재들을 잊고 살았고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해 사는 보통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보통의 날을 살아가던 어느 날 제주를 알았고 난 깨달았다. 지금 내 삶에 그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놓치면 10년 후에 올지 아니면 이제 끝인지 알지 못한다. 꽁꽁 얼어버린 땅을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