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날씨가 따뜻하다.
봄이 진짜로 왔나 보다.
여전히 이른 아침에는 서늘하고 오늘은 비가 내려 차가웠지만 봄은 봄인가 보다.
내 인생에도 봄이 있었을까?
20대 때 분명 그 계절을 붙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난 잡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후로 오랫동안 기나긴 겨울이었다.
혹독한 현실에 너무 추워서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간 내 꿈들은 탐욕스러운 뱀들과 함께 동면에 들어가야 했다.
아주 오랫동안 꿈들은 땅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어느새 난 그 존재들을 잊고 살았고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해 사는 보통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보통의 날을 살아가던 어느 날 제주를 알았고 난 깨달았다.
지금 내 삶에 그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놓치면 10년 후에 올지 아니면 이제 끝인지 알지 못한다.
꽁꽁 얼어버린 땅을 파내어 흙에 덮여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누더기가 되어버린 깊은 잠에 빠진 꿈들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때가 됐어"
동면에 빠졌던 꿈들은 깨어났고 작은 소란에 뱀들도 깨워버렸다.
난 꿈들에게 내 계획을 설명했고 노력하면 영원한 봄이 온다고 말해주었다.
꿈은 이 모든 과정을 이해해 주었고 날 도와주었다.
하지만 뱀들은 시시때때로 나를 유혹했다.
포기하라고.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하여 일찍 잠들어야 했고, 또 어떤 날은 허리가 너무 아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뱀의 유혹에 굴복하기 시작했다.
계절은 또 지나가는 듯했다.
이제 봄은 오지 않아.
막연한 불안감이 다시 날 정신 차리게 했고 졸린 눈을 똑바로 떴다.
뱀들을 밟아 죽이고 싶었지만 견제받지 않는 선은 언젠가는 타락하기에 살려두어야 했다.
난 요새 봄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계절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묻어두었던 내 재능과 꿈들을 살살 어르고 달래서 겨울이 오기 전 결실을 맺고 싶다.
제주는 나의 봄이다.
어떻게든 그 봄에 나를 던질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제주여.
40대의 봄에 열정을 다하여서 차가운 겨울이 오기 전에 뜨거운 여름으로 너에게 도착할 것이다.
그때 시원한 가을을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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