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과일까지 끌어당겨지나.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가보신다. 나는 모르는 어머니의 지인께서 설선물을 들고 오셨다. 현관 앞에 놓고 간 보따리를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풀러 본다. 감춰진 보자기 사이로 설에 흔히 볼 법한 선물상자가 나왔다. 허나 박스에 새겨진 선물의 이름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한쪽 끝에 귤사진이 우두커니 놓인 박스의 중앙에는 제주명품이라고 박혀있다. 박스의 또 다른 모서리에는 레드향이라고 적혀있다. 살면서 제주 레드향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먹어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또 보았어도 귤 종류가 참 다양한지라 레드향을 골라낼 수도 없었다. 이상한 기분에 박스를 열어보았다. 단순히 귤을 생각했는데 배처럼 큰 귤이 꽉 차게 들어있었다. 고급스럽다는 기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