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목적지가 생겼다.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제주로 갈 거면 왜 제주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물론 부모가 제주사람이 아니고 나를 키우시다가 제주로 이사하지 않은 이유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애초에 나는 왜 서울에서 태어났나? 서울과 제주는 위치상 거의 끝과 끝이다. 바다와 하늘을 건너야만 갈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자연의 땅. 나의 어릴 적에 옅게 흔적처럼 남아있는 기억에는 동네에 커다란 과수원과 어른 키보다 큰 풀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가득했던 꿈같은 이미지가 있다. 그 당시에는 분명 시멘트 담벼락이 아닌 녹색의 풀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높은 풀의 꼭대기 펜트하우스에 고추잠자리들이 항상 앉아있었고, 나는 기다란 잠자리채로 녀석들을 낚아채러 돌아다녔었다. 동네 길바닥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