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2

시뮬레이션 우주와 버그

벌레 먹은 과일이 더 달고 맛난다. 시뮬레이션 (Simulation) 많은 과학자와 유명인들이 현재의 생생한 삶을 가상의 시뮬레이션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거대한 우주자체가 하나의 시뮬레이션이라고 말한다. 나는 처음 이러한 시뮬레이션 우주론에 대한 가설들을 들었을 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비슷한 이야기들을 해왔으니까. 심지어 영화 '트루먼 쇼'처럼 사람이 사람을 인공도시에 가둬놓고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하기도 한다. 주인공 트루먼은 우연한 사건으로 자신이 살고 있던 완벽한 세상의 거짓을 알게 되고 탈출한다. 트루먼의 깨달음과 다르게 이름 모를 관찰자가 가둬놓지 않았음에도 나는 정해진 삶의 선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수많은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음에도 ..

제주에서는 물리지 않기를

밖에서 물린 것과 안에서 물린 것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깨고 잠깐 딴짓을 하다 다시 잠이 들었다. 어깨에서 뭔가가 기어 다니는 촉감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소름과 함께 손으로 어깨를 툭 쳤고 그 순간 피부를 물어버렸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나를 문 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것이 나를 물었을까? 고통은 꽤나 강했고 아직도 어깨가 주사에 맞은 듯이 얼얼하다. 모기를 제외하면 정말 오랜만에 물린 듯하다. 그래도 괜찮다. 오랜만에 느껴본 감각이라 무뎌진 신경이 살아난 느낌이다. 다만 나도 모르게 환상을 느낀다. 자꾸 이불이나 방바닥 어딘가에 나를 문 벌레가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어서 수시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꿈에서 귀신을 보거나 무서운 영상을 보고 나서는 자꾸 어두운 방 한 구석을 관찰하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