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블록처럼 항상 붙박이로 박혀있었던 낡은 종이상자가 사라지니 비로소 쓸쓸함이 다가왔다. 집 뒤의 관악산 수풀에서 매년 산고양이가 울었다. 산에서 태어난 어린 새끼들이 가끔 호기심을 지닌 채 산 밑으로 내려왔고, 매년 한 두 마리가 담을 올라와 문명과 야생의 선을 넘었다. 작은 산고양이는 산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길고양이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상 그늘 밑 어둠 속으로 숨어 다녔다. 녀석은 그렇게 내가 사는 빌라의 작은 마당으로 스며들었고 이웃 아주머니가 먹이를 주며 보살피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집안에서 키우시던 아주머니는 어린 녀석에게 고양이 사료와 물을 주었다. 옆 건물에서 풀어 키우던 집고양이들은 창문이나 열린 현관문틈 사이로 자주 드나들었고 빌라 마당까지 놀러 와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며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