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2

검은머리로 제주에 간다

희고 하얀 것은 오래 살지 못한다. 가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몸은 피곤하고 졸음이 셔터를 내려서 눈앞을 깜깜하게 만든다. 이렇게 일하다 보면 수명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사람들의 수명을 카운터 하는 존재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나이를 먹는 것보다 빠르게 수명은 줄어들 것이다. 이 세상엔 수많은 과로사가 존재할 텐데 정말 덧없고 잔인한 삶이다. 돈을 위해 희생된 나의 노동력이 가끔 부끄러울 때도 있다. 정말 돈 때문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해야 하나? 늦게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난 후 거울을 보니 흰머리카락이 많이 보인다. 족집게로 뽑아낸 지가 오래되지 않았는데 벌써 눈에 띄게 자라 있다. 할 수 없이 눈에 먼저 보인 흰머리카락을 뽑아..

제주에서 오래 살아야지

나는 이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건강을 관리하며 자유로운 삶을 산다면 100세까지도 가능한 세상이다. 내가 살아온 삶의 시간을 한 번 더 살아가야 한다. 어른이 된 삶의 속도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시간들보다 빠르다. 그래서 체감상 나는 좀 더 빠른 시간을 살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일하지 않고 삶의 형태를 바꾸어 나간다면 시간을 느리게 붙잡을 수 있다. 그래야 한다. 난 아직 살아보지 못한 일들이 많다.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생애의 마지막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내 삶의 필모그래피에서 힘들게 일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내 삶을 대표하는 장면들이 그런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과거 수명은 40살이었다. 그때 내가 살았다면 이미 생의 마지막을 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