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 투성이구나. 사실 난 숫자랑 친하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에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외의 모든 산수 공식을 포기했었다. 그 시절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산수 점수가 형편없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배운 수학과목도 마찬가지였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인의 언어였고 이 세상은 내가 읽을 수 있는 한글과 보아도 해석되지 않는 수학공식으로 나뉘었다. 단지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은 1, 2, 3, 4... 숫자뿐이었다. 심지어 예전에 작은 마당에서 기르던 개가 뭔가를 물어뜯는 것을 좋아해서 가방에 들어있던 교과서를 던져주었는데 그 책이 수학책이었다. 내가 다시 싫어도 억지로 숫자를 가까이해야 했던 이유는 도매시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서다. 식물을 다루고 판매하는 화훼단지의 특성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