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3

제주 가기 전에 무게를 줄이자

10kg만 빼자. 제주를 다녀온 후 나의 일상은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다만 내 생각에 대한 확신이 더 견고해졌다는 것이다. 늘 항상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고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고 과거의 후회로부터 걱정을 몰고 온 나였지만 지금은 그런 현상들이 많이 사라졌다. 자꾸 과거의 시간들이 떠오르면 의식적으로 알아채고 이건 내가 아니야 하면서 생각 속에서 고개를 흔든다. 좀 더 습관이 되면 과거의 의식들이 차단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토요일 퇴근 후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무심코 방바닥에 놓인 체중계를 봤다. 아무 생각 없이 두발을 올려 몸을 실었다. 10년 전 30대 초반보다 10kg 정도 몸무게가 늘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잇살도 있을 것이고 한참 힘들었을 때 라면으로만 끼니를 때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불..

제주 여름휴가

길고 긴 휴가를 상상하며 오늘부터 시작되는 약 2주간의 장마가 끝나면 많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휴가철이 돌아온다. 물론 습한 장마가 끝나면 뜨거운 폭염도 시작된다. 본격적인 여름이 막을 올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쉬고 싶어 한다. 길고 긴 시간을 노동소득에 매달리며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항상 퇴근시간만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수면시간을 제외한 약 6시간 정도의 휴식으로는 모든 피로가 풀리지 않고 조금씩 누적된다. 퇴근 이후의 시간을 알차게 계획해서 취미나 미래에 투자하고 남는 시간을 온전히 푹 쉬어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과거의 후회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걱정으로부터 사람은 사방으로 포위된 채 살아간다. 그 정도가 심한 사람은 쉬어야 할 꿈속에서도 일상과 같은..

제주 장마

인생의 장마는 나에게 액션을 불러왔다. 장마가 시작됐다. 항상 신발이 젓고 바지 밑단에 흙탕물이 튀어 지저분하고 무거워진다. 조금 귀찮지만 그래도 즐겁다. 쏟아지는 햇빛 한줄기가 내 피부 위에 닿는 것만큼, 쏟아지는 물줄기가 내 피부에 닿아 사방으로 튀기는 진동의 즐거움이 있다. 세상 가득한 소음들을 반복된 빗소리가 먹어버린다. 내 귀에는 쉴 새 없이 떠드는 비의 언어만이 들린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집중하게 하고 기분 좋게 한다. 하늘 얼굴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온종일 비만 떨어뜨릴 기세다. 나는 좋다. 길면 길수록 좋다. 떨어지는 비를 구경만 해도 재미가 있다. 제주의 비가 그립다. 제주에도 장마가 시작됐다. 6월 20일쯤부터 시작해 7월 20일쯤에 끝난다고 한다. 약 한 달 정도인데 내가 휴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