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 여름휴가

낮가림 2022. 6. 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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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휴가를 상상하며






오늘부터 시작되는 약 2주간의 장마가 끝나면 많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휴가철이 돌아온다.
물론 습한 장마가 끝나면 뜨거운 폭염도 시작된다.
본격적인 여름이 막을 올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쉬고 싶어 한다.
길고 긴 시간을 노동소득에 매달리며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항상 퇴근시간만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수면시간을 제외한 약 6시간 정도의 휴식으로는 모든 피로가 풀리지 않고 조금씩 누적된다.
퇴근 이후의 시간을 알차게 계획해서 취미나 미래에 투자하고 남는 시간을 온전히 푹 쉬어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과거의 후회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걱정으로부터 사람은 사방으로 포위된 채 살아간다.
그 정도가 심한 사람은 쉬어야 할 꿈속에서도 일상과 같은 경험을 한채 깨어난다.

나도 그랬다.
똑같은 일상에 지쳐가고 있었다.
물질계와 정신계의 공격이 내 몸과 마음에 타격을 가했고 난 거의 그로기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횟집에서 친구가 꺼낸 한 마디가 나이 마흔을 넘어선 내 인생을 바꾸었다.

"제주에 고등어회 먹으러 갈래?"

휴가 때 제주에 가자는 친구의 말에 난 승낙을 했다.
그때는 솔직히 제주보다 고등어회가 더 마음에 우선순위였다.
횟집이었으니 고등어회가 더 끌렸던 환경적 배경의 요소가 있을 것이다.
난 며칠 동안 제주 여름휴가 계획을 생각했다.
휴가 때 제주도에서 고등어회를 몇 번 먹을지에 대한 계획이었다.
그렇게 여름휴가 동안 머무를 숙소를 찾아내었고 가고 싶은 장소의 동선을 짰었다.
처음으로 나만의 캐리어를 샀고 제주에 어울리는 신발과 양말, 옷들을 준비했다.
제주에서 보낼 여름휴가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너무나 행복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제주도 여름휴가에서 고등어회를 도착하자마자 동문시장 올레 횟집에서 한 번 그리고 그날 포장해서 숙소에서 두 번, 마지막 날 제주공항 가기 전에 동문시장 올레 횟집에서 세 번을 먹었다.
그 많은 관광객 가운데 우리를 알아봐 주시는 직원분들이 신기했다.
여행의 동선은 계획과 달리 마음 가는 대로였지만 그 무계획이 현재의 나로 발전시키는 사건이 되었다.
작은 소망에서 시작한 짧은 여름휴가가 내 남은 삶의 절반을 180도 뒤집는 잊지 못할 체험이 된 것이다.

나는 이제 여름휴가라는 말만 들으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을 흘릴 정도로 신이 난다.
예전의 휴가가 단순히 쌓여있던 피로를 풀기 위해 많이 놀고 동면에 든 것처럼 잠드는 것이라면 지금의 휴가는 완전한 휴식 속에서 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종의 의식이다.
완전히 잠들지 않은 멍 때림 속에서 제주에서 살고 있는 나를 체험한다.
이젠 휴가가 휴식이 아닌 삶 자체가 휴식과 놀이인 나를 찾았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일요일 밤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비가 내리면 나는 장마를 떠올리고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면 여름휴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난 제주로 여름휴가를 갔다 온 후에 또다시 제주를 바라볼 것이다.

짧은 휴가가 아닌 길고 긴 인생의 휴가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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