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느린 배송은 단점이 아니다. 난 특이한 버릇이 있다. 무언가에 꽂혀서 열심히 고르고 고른다. 그리고 택배가 열심히 집으로 배송되는지 체크한다. 그토록 기다리던 택배가 집으로 도착한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나랑 같은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택배 상자를 확인하고 뜯지 않는다. 물론 바로 뜯을 때도 있지만 며칠이나 몇 주를 묵혀놓았다가 뜯어본다. 지금도 뜯지 않은 택배가 두 박스가 있다. 그래서 그 택배박스를 볼 때마다 궁금증이 든다. 과연 저 상자 안에 든 물건이 내가 시킨 물건이 맞을까 하는 이상한 상상에 빠져든다. 바로 뜯어서 다른 물건이면 교환이나 반품을 시키면 되는데도 꼭 시간을 끈다. 일단 집으로 도착하면 안심하는 마음이 있는 걸까. 그렇게 상자들은 집 한구석에 조용히 입을 닫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