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지난여름 휴가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아마도 집구석에서 조용히 일년 치 낮잠을 즐겼을 것이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잔잔한 바람에 숨을 섞었겠지. 늦은 오후에 무심히 일어나 아무 계획 없이 습관대로 얼음 가득한 냉커피를 타 마시며 더위 먹은 속을 달래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 계획 없이 사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을 지켜주는 룰이었다. 그래야 살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사건 사고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이 또 오늘과 같다. 마치 오늘만 사는 삶이다. 살아온 인생 전체를 쪼개고 쪼개 단 하루로 편집하더라도 오늘 하루와 같다. 편집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 똑같은 하루다. 아무 계획이 없으니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