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천 2

제주나 서울이나 자연재해는 조심하자

빨리 퇴근해야지 어제 내린 폭우로 내가 출근하는 화훼단지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일하는 매장은 물이 찼다가 빠져서 정리를 빠르게 할 수 있었다. 일한 지 4년 차지만 이번처럼 물이 찼던 경우는 처음이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라더니 그 위력이 느껴진다. 반대로 집은 산꼭대기 동네에 위치해 있어서 별다른 피해는 없다. 오늘 밤도 많은 비가 내릴듯한데 어느 정도 준비를 해놔야지. 대중교통도 많이 막힐 것 같아서 일찍 퇴근해야겠다. 낮에 잠깐 어젯밤 매장 CCTV를 돌려봤더니 너무 어두워서 흑백처리된 화면에 번개의 섬광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집에 있을 때도 번개가 많이 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수도 없이 치는 모습이었다. 많은 상인분들이 흙탕물에 휩쓸리고 잠긴 식물들을 폐기 처분하는 모습에 안타까웠..

제주 건천

무의식에 제주가 쌓인다. 어느 날 퇴근길 양재천을 걷다가 내 걸음과 반대로 흘러가는 물결을 보며 작은 주문을 건 적이 있다. 눈부신 햇빛, 반짝이는 물결, 살랑이는 작은 풀들을 두 눈과 생각 속에 넣고 여기는 제주다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계속 중얼거리며 길을 걸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걸어가던 양재천 산책로를 진짜 제주로 착각해 버렸다. 실제로는 제주에서 흐르는 하천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제주로 휴가를 갔을 때는 대부분 7월 말이었고 그때쯤엔 이미 장마가 끝나서 건천인 상태였다. 제주의 건천은 항상 거의 말라있어서 밑바닥이 보이고 큰 풀이 자라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양재천을 제주의 하천으로 믿고 걸어가고 있었다. 몇 초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스스로 건 최면이 멀리 떨어진 제주를 뜬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