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물이었다. 식물을 심는 일은 꽤나 집중을 필요로 한다. 식물의 앞을 보아야 하고 나에게 등 돌리지 않은 얼굴을 찾아서 다듬어야 한다. 찢어지고 상처 입은 잎을 잘라주고, 햇빛을 가리는 오래된 잎과 바람의 길을 막는 울창한 가지를 잘라 길을 내어준다. 조심히 식물과 플라스틱 화분을 분리하고 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밑을 받쳐서 준비해 놓은 이쁜 화분에 옮긴다. 식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배수가 잘되고 무게감이 있는 흙을 골고루 화분에 채워 넣어 중심을 잡아준다. 양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서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흙 위에 마사를 올려 전체적으로 정리를 한 후 물을 뿌려서 잎사귀의 먼지와 화분의 흙을 씻긴다. 물구멍으로 물이 빠지면 들어서 바람과 햇살이 지나다니는 장소에서 안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