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제주는 나를 기른다

나는 식물이었다. 식물을 심는 일은 꽤나 집중을 필요로 한다. 식물의 앞을 보아야 하고 나에게 등 돌리지 않은 얼굴을 찾아서 다듬어야 한다. 찢어지고 상처 입은 잎을 잘라주고, 햇빛을 가리는 오래된 잎과 바람의 길을 막는 울창한 가지를 잘라 길을 내어준다. 조심히 식물과 플라스틱 화분을 분리하고 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밑을 받쳐서 준비해 놓은 이쁜 화분에 옮긴다. 식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배수가 잘되고 무게감이 있는 흙을 골고루 화분에 채워 넣어 중심을 잡아준다. 양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서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흙 위에 마사를 올려 전체적으로 정리를 한 후 물을 뿌려서 잎사귀의 먼지와 화분의 흙을 씻긴다. 물구멍으로 물이 빠지면 들어서 바람과 햇살이 지나다니는 장소에서 안정을 ..

제주라는 땅

내 주변은 내 감정에 반응한다. 너무 지쳤던 걸까? 드라마 주인공의 얼굴 감정이 클로즈업되면서 항상 시작되는 마음 시린 배경음악들. 나는 지친 퇴근길에 스스로 음악을 불러내어 귀에 담아두었다. 내 드라마의 주인공은 나이고 청각으로 불러오는 상상력의 음악은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지금의 내 감정을 불러들인 음악의 멜로디와 가사로 애틋하게 안아줄 수 있었다. 일상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감성적인 방법이다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바보같이 여태 참다가 내 길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머리만 굴리다 보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진다. 쓸데없는 곳에까지 눈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생각의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여기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땅을 찾아야 한다. 나를 성장시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