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은 내 감정에 반응한다.
너무 지쳤던 걸까?
드라마 주인공의 얼굴 감정이 클로즈업되면서 항상 시작되는 마음 시린 배경음악들.
나는 지친 퇴근길에 스스로 음악을 불러내어 귀에 담아두었다.
내 드라마의 주인공은 나이고 청각으로 불러오는 상상력의 음악은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지금의 내 감정을 불러들인 음악의 멜로디와 가사로 애틋하게 안아줄 수 있었다.
일상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감성적인 방법이다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바보같이 여태 참다가 내 길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머리만 굴리다 보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진다.
쓸데없는 곳에까지 눈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생각의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여기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땅을 찾아야 한다.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풍요로운 땅.
많이 자랐다 생각했지만 누구에게 던져줘도 물고 가지 않을 혼자만의 아집이었다.
너무 곯고 썩어서 냄새나는 지식들.
그걸 꼭 끌어안고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왔다.
모든 것은 환기되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고 멈춰진 공기 속에 썩어간다.
가끔 사는 게 지겨우면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꾸역꾸역 버텨가는 건 제주라는 목적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단 하루라도 여행객이 아닌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다.
그 땅에 내가 어울리는 사람인지는 살아봐야 알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 이 땅은 이미 영양분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이곳은 나를 성장시켜주지 못한다.
아니 이곳에 안주하면 성장이 멈추고 제주라는 목적을 정하니 벗어나기 위해 성장하는 중이다.
그는 말했다.
제주는 가끔 혼자 있기 위해 쉬러 가는 곳이지 살러가는 곳은 아니라고.
난 둘 다 하기 위해 떠나려 하는 것이다.
낯선 공간에서 제주를 만지며 알아가고 사랑하고 싶다.
제주에게 안기어 편히 쉬고 싶다.
푹 쉬고 나면 다른 계획이 생각나겠지.
푸릇푸릇한 풀들은 생기가 넘쳐난다.
새벽 찬 공기에 이슬이 맺혀 물방울이 열매처럼 달린 풀잎들은 떠오른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그런 사람이고 싶다.
누구 하나 신경 쓰고 가꾸지 않아도 혼자서도 예뻐지는 사람.
눈이 반짝반짝하는 생명체가 되려 한다.
제주에서 난 그렇게 살 것이다.
그때는 진짜로 배경음악을 틀어놓고 조용히 노을을 보고 싶다.
혼자 듣는 것이 아닌 나의 배경인 집과 마당과 주변의 살아있는 자연 그리고 생명체들이 모두 들을 수 있게.
이것이 내 감정이다 하고 공간에 울리도록 들려주고 싶다.
그 감정이 땅에 배이면 내 발이 닿았을 때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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