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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명품 레드향 설선물

이젠 과일까지 끌어당겨지나.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가보신다. 나는 모르는 어머니의 지인께서 설선물을 들고 오셨다. 현관 앞에 놓고 간 보따리를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풀러 본다. 감춰진 보자기 사이로 설에 흔히 볼 법한 선물상자가 나왔다. 허나 박스에 새겨진 선물의 이름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한쪽 끝에 귤사진이 우두커니 놓인 박스의 중앙에는 제주명품이라고 박혀있다. 박스의 또 다른 모서리에는 레드향이라고 적혀있다. 살면서 제주 레드향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먹어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또 보았어도 귤 종류가 참 다양한지라 레드향을 골라낼 수도 없었다. 이상한 기분에 박스를 열어보았다. 단순히 귤을 생각했는데 배처럼 큰 귤이 꽉 차게 들어있었다. 고급스럽다는 기운이 ..

휴식

그냥 하면 되는데. 오랜만에 긴 휴식을 앞두고 있다. 설날연휴 4일 동안 나를 재충전하려 한다. 예전 같았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뒤섞인 채로 고민을 하다가 미루었을 것이다. 천금 같은 시간은 그렇게 쉽게 사라져 버렸다. 있었는데 없었던 것처럼 예전과 똑같이 눈을 떴더니 출근이었다. 나는 시간사용법을 잊고 살았다. 공기놀이처럼 나의 할 일을 바닥 위에 모두 뿌렸다. 하나를 집은 상태에서 하나를 집으려 손을 뻗었다. 다행히 그 하나를 집은 날도 있었지만 잡지 못한 날도 많았다. 다른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일을 동시에 하려 했던 나쁜 습관이 내 삶을 발전하지 못하게 했다. 한 번에 하나씩. 지금은 다행히 PDS다이어리를 매일 작성하며 할 일을 하나씩 체크한다. 예전 같았으면 잠들기 전 남은 시간이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