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사계의 밤은 조용히 빛이 났다. 버스에서 내리니 해가 뜨겁다. 친구는 은빛 캐리어를 나는 무거운 배낭을 등에 매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 우두커니 서있다. 네이버 지도 앱을 실행해보니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차들이 지나가는 애매한 길이라 조심히 길가 끝에 붙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버스를 잘못 타서 한참만에 서귀포에 도착한 후라 머리가 조금 띵하다. 일단은 무조건 걸어야 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작은 야자수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제주에 와서 서귀포는 처음이다. 그동안 가봤던 제주와는 다른 풍경과 땅 내음을 상상하며 한 발자국씩 내디뎠다. 커다란 나뭇가지들이 바람결에 마찰하며 듣기 좋은 시원한 소리를 들려준다. 제주의 전통 대문처럼 기다란 통나무가 얹혀있는 정문 앞에 차 한 대가 서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