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화 3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페리퍼럴과 VR 헤드셋 그리고 시각화

나는 미래를 보려 하지만 현실에서 행복을 얻으려 노력한다.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페리퍼럴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페리퍼럴(The Peripheral)을 재밌게 보고 있다. SF소설의 거장 윌리엄 깁슨의 원작인 동명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미국의 한 외딴 마을의 소녀 플린 피셔가 오빠가 건네준 VR 헤드셋으로 미래의 실제 런던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멀지 않은 미래에 지구는 자연재해, 전염병, 핵전쟁 등으로 인류를 궁지로 몰게 되었고 소수만 살아남아 초과학적인 문명을 이루게 된다. 미래의 인물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직 붕괴되지 않은 과거의 인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VR 속 세상에서 타고난 재능을 지닌 플린은 미래로 건너가 자신과 똑 닮은 아바타 사이보그를 조종하며 자..

메타버스 제주

퇴근이다. 아직 퇴사가 아니다. 그냥 흔한 퇴근이다. 날씨가 서늘할 때는 해도 같이 퇴근하느라 좀처럼 마주칠 일이 없다. 집에 도착하면 완전히 컴컴한 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외출 중으로 설정해놨던 방 온도가 올라간다. 스마트 시스템이란 간편하고 좋은 것이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니까. 얼음같이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고 양말을 벗어 세탁통 안으로 던져 넣는다. 답답한 겉옷과 사회에서 어른이라 겉치장한 체면과 자존심까지 서둘러 벗어버린다. 이제 몸에 걸친 건 속옷과 며칠 동안 쌓인 피곤뿐이다. 웬만해선 피곤은 벗겨지지 않는다. 마치 물에 젖은 양말처럼. 힘겹게 벗은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도 피곤의 무게는 남아 몸 한구석에 걸치고 있다. ..

제주에서

작은 알람 소리가 귀를 통해 들어온다. 살짝 눈을 뜸과 동시에 손을 뻗어 시계의 알람을 끈다. 아직 바깥은 살짝 어둡다. 해가 떠서 밝아지려면 아직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 내가 아끼는 촛대 모양의 조명을 켜고 어질러진 이불을 간단히 개어서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 제주에 내려와서 매일 거르지 않고 행하는 새벽의 의식이다. 집 담장 주변을 바람이 떠나지 않고 계속 창가를 향해서 휘파람을 분다. 내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아나보다. 매번 동네를 지날 때마다 고양이가 집 앞에서 소리를 내듯이 머물다가 떠난다. 기분 좋은 바람소리가 사라지면 감상을 끝내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간다. 발끝으로 무게를 옮길 때마다 중력이 아래로 이동한다. 차가운 나무계단의 온도가 아직 덜 깨어있는 나의 의식에 찬물을 붓는다. 1층의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