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페리퍼럴과 VR 헤드셋 그리고 시각화

낮가림 2022. 11. 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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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보려 하지만 현실에서 행복을 얻으려 노력한다.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페리퍼럴

(사진 출처 ㅡ Prime Video 웹사이트)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페리퍼럴(The Peripheral)을 재밌게 보고 있다.
SF소설의 거장 윌리엄 깁슨의 원작인 동명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미국의 한 외딴 마을의 소녀 플린 피셔가 오빠가 건네준 VR 헤드셋으로 미래의 실제 런던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멀지 않은 미래에 지구는 자연재해, 전염병, 핵전쟁 등으로 인류를 궁지로 몰게 되었고 소수만 살아남아 초과학적인 문명을 이루게 된다.
미래의 인물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직 붕괴되지 않은 과거의 인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VR 속 세상에서 타고난 재능을 지닌 플린은 미래로 건너가 자신과 똑 닮은 아바타 사이보그를 조종하며 자신의 육신처럼 모든 감각을 느끼게 된다.
차츰 미래의 현실에 적응하면서 곧 다가올 자신의 시간대에 커다란 인류 재앙이 일어날 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까지가 현재 진행된 기본적인 스토리이다.

이야기 자체는 미래를 소재로 한 SF 드라마와 영화의 흔한 소재다.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너무나 유명해서 신드롬이 되어버린 키아누 리브스의 매트릭스가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VR 기계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빈민촌의 이야기를 그린 레디 플레이어 원을 만들었고, 모두가 한 사람을 속이는 가상의 도시에서 살고 있는 짐 캐리의 트루먼 쇼가 있다.
이렇듯 사람들은 가상의 공간을 소재로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었고 그만큼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페리퍼럴에서 클로이 모레츠가 역할을 맡은 플린 피셔는 VR 게임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드라마 속에서 눈여겨본 것은 플린의 재능이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미래의 VR 헤드셋이었다.


VR 헤드셋

(사진 출처 ㅡ Meta 웹사이트)


나는 가상공간에 호기심과 기대가 많다.
미래가 되면 물리적인 감각까지 동원되는 신기술이 적용되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크게 대중화되지 않았다.
여전히 VR 기기는 낮은 가격이 아니며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
현재 VR 시장을 이끄는 대표적 기업은 사명마저 페이스북에서 메타(Meta)로 변경한 마크 주커버그의 회사다.
VR 기기로 가장 손꼽히던 회사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기업의 핵심 이미지를 가상의 공간 메타버스(Metaverse)로 전환시켰다.
올해 초까지 온라인의 핵심 키워드는 메타버스였고 메타가 그 대표주자로 흐름을 이끌었다.
코로나의 긴 여파로 가상공간의 모임이나 온라인 교육 등이 큰 수혜를 누렸고 당연히 미래의 가상공간인 메타버스가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메타버스와 게임의 차이점을 명확히 말할 수가 없었다.
애플은 아예 메타버스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꺼려하며 현실에 디지털 이미지를 중첩시키는 AR 글래스를 출시 준비 중이다.
차츰 코로나의 여파가 전 세계적으로 해제되면서 사람들은 오프라인 모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는 잊히기 시작했다.
한 순간의 붐은 내려앉았으며 메타의 주가도 폭락해 버렸다.
올해 초에는 나도 메타버스라는 신세계에 큰 환상을 품고 있었고 사명까지 바꾸어버린 메타에 투자하려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운이 좋았던 건지 한 주도 매수하지 않았고 자산을 지킬 수가 있었다.


(사진 출처 ㅡ 네이버 포토 영화 '인셉션')


이렇게 가상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져버린 듯 하지만 어차피 기술은 발달할 것이고 차세대 신형 기기들은 지금과는 다른 색다른 형태의 디자인과 가상공간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줄 것이다.
성적인 것과 게임 등의 발전이 VR의 미래를 빛나게 할 것이다.
나도 예전에 친구가 구입한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 2 VR 헤드셋 기기를 착용해 본 적이 있다.
우리가 흔히 미래사회를 소재로 한 SF영화를 보면 어두운 골방에서 마약에 취한 사람들처럼 비틀거리거나 몸을 격하게 쓰며 VR 헤드셋을 착용한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현실의 지루함과 아픔을 잊기 위해 가상의 공간 속으로 자신들을 밀어 넣었다.
영화 인셉션에서도 빈민가의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지하에서 머리에 꿈을 꾸는 장치를 연결한 채로 잠에 빠져있다.
가상공간에 빠져있거나 꿈을 꾸는 채로 있기에 자신을 보호할 수 없고 안전한 집이나 건물 안에 있어야 한다.

나는 친구가 건네준 VR 헤드셋을 한 건물의 개방된 3층 복도에서 실행했다.
주변은 모두 음식점들이었고 우리는 막 중화요리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나온 뒤였다.
마땅히 갖고 놀 공간이 없었고 복도에 사람도 보이지 않아서 나는 그 자리에서 VR 헤드셋을 착용했다.
아직 높은 퀄리티의 가상세계는 아니지만 시각과 몸이 받아들이는 감각은 처음 만난 신세계였다.
게임과 유튜브 등을 틀어보며 나는 잠시 동안 그 세계에 몰입했고 내 주변으로 사람들의 웅성웅성 소리가 들렸었다.
저 사람 VR 하나 봐 라는 대화가 들려왔고 내 주변으로 꽤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순간 복도에서 혼자 공중으로 허우적대며 움직이고 있는 내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움직임을 멈추거나 헤드셋을 벗으면 더 창피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주변의 시선들을 잊기 위해 나는 더 가상공간에 집중했고 더 열심히 액션을 취했다.
나는 미래의 인류를 사람들에게 시연하는 현대인이었다.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맞은편에 있던 친구는 부끄러웠다고 한다.


시각화




나는 예전에 메타버스 제주라는 가상의 짧은 단편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고 그래도 가끔씩 메타버스 키워드로 찾아와 읽어주신다.
그 내용 중에 제주를 상상하는 최고의 시각화 방법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메타버스 제주로 가는 것이라고 적었었다.
그만큼 미래에는 더욱더 정교하고 정밀한 현실 체험이 가능할 거라고 믿는다.
초월자 마인드 단톡방에서도 VR로 시각화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품은 회원들이 꽤 있었다.
4D 극장 영화 상영 중에 나오는 향기나 바람 또는 좌석의 흔들림처럼 액션과 오감이 느껴지는 신기술이 적용되면 머지않아 VR 헤드셋으로 시각화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최고의 가상공간은 우리가 밤마다 꾸는 꿈이다.
잠든 중에는 현실과 꿈속의 공간을 구분할 수 없고 나라는 존재 자체도 모호하다.
모든 감각이 총동원되고 때로는 꿈속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는 충동도 든다.
하지만 꿈속의 상황을 제어할 수 없기에 단지 체험하는 것에서 끝난다.
꿈속 상황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루시드 드림이 있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시각화는 잠에 빠져들기 전 혹은 잠에서 깨어난 비몽사몽 한 순간에 실행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컨트롤할 수 있는 순간에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에 집중해 빠져 있거나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게 되면 그 순간 외부의 시각능력을 잃고 머릿속에 구현된 내부의 시감각에 빠지게 된다.
눈앞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옆에 사람이 하는 말이 들리지 않게 된다.
이러한 고로도 발달된 시각화 능력이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지만 원하는 경우에 쉽게 꺼내어 쓰지 못한다.
우리가 명상에 집중하려고 하면 잡생각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상상을 할 때 말 그대로 보려고 노력한다.
눈을 감지 않은 채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상상을 보는 것이다.
현실에 중첩된 디지털 이미지를 보는 AR 기술처럼 눈앞의 책이나 가구 벽지 등에서 나의 상상을 불러오고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현실은 지워지고 상상만 남아 움직인다.

과거 인류의 재산은 지식과 지혜를 문자로 옮겨놓은 책이었다.
하지만 미래 인류의 재산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저장된 유튜브가 아닐까 상상한다.
그 안에는 방대한 소스들이 기록되어있고 볼 수 있으며 들을 수 있다.
심지어 AI를 학습시키기에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책을 읽고 기록하며 문명을 성장시킨 것처럼 AI는 유튜브를 보며 사람과 역사를 이해하고 가공할 만한 인공두뇌를 만들지도 모른다.
AI는 인류가 보지 못한 것을 혼자서 시각화하며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날이 멀지 않았다.
최근에도 AI가 그린 미술작품이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나는 미래를 보려 하지만 현실에서 행복을 얻으려 노력한다.
지금 이 순간 느끼는 행복함이 하루하루 이어지면 먼 미래에도 행복한 순간들이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 페리퍼럴에서 등장하는 미래와 연결된 VR 헤드셋이 만약 내게 주어진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현실을 도피하고 무작정 미래에 내 감정과 감각들을 밀어 넣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발전하는 기술은 탐나는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종이에 적힌 책을 읽는다.
현실도피가 아닌 현실을 이해하고 안정화하려 한다.
한 순간에 미래로 퀀텀 점프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발전시키며 미래로 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