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사계 4

스타벅스 낙성대 DT점

저 멀리 제주에서 말이다. 스타벅스 낙성대 DT점 낡고 낡은 나의 동네에 스타벅스 매장이 생긴 지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오래전 한쪽에 타이어를 쌓아놓고 차를 수리하던 넓은 공간이 어느 날 사라졌다. 공사용 패널이 크게 처졌고 매일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이 자리에 무엇이 생길지 작은 관심만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타벅스 로고가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을 통행하던 젊은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건축물이었지만 스타벅스 로고 하나만으로도 정체성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로고 속 인어인 사이렌의 소리 없는 유혹을 느꼈고 어서 빨리 스타벅스가 지어지길 원했다. 김창일스시 집에서 식사를 끝낸 친구와 나는 화장실도 급했고 어딘가로 가서 잠시 소화도 시켜야 했다. 잠깐 길 위에서 망설..

마이빈스 제주커피 한라산

당분간은 제주커피를 마시며 저녁시간을 보낼 것 같다. 집에서 매일 콜라와 맥심 믹스커피만 마시니 입안이 점점 달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혀를 진정시킬 마실거리가 필요했다. 쿠팡에서 더치커피를 검색했더니 여러 종류의 커피들이 보인다. 페트병에 담긴 더치커피도 보였는데 개인적으로 개봉한 후에 빨리 먹지 않으면 기분 탓인지 맛과 향이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페트병 더치커피는 제외하고 작은 포장 파우치에 1포씩 담긴 더치커피들을 찾아봤다. 그리고 옵션으로 로켓배송이 되는 품목으로만 쭈욱 나열했다. 급하진 않은데 쿠팡 와우클럽 회원이니 로켓배송을 써야 하는 의무감이 느껴져 버렸다. 쭈욱 스크롤하다가 제주커피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파우치에 담긴 더치커피였는데 특이하게 한라산 그림에 한라산 글자..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로 월영사계 1

월영사계의 밤은 조용히 빛이 났다. 버스에서 내리니 해가 뜨겁다. 친구는 은빛 캐리어를 나는 무거운 배낭을 등에 매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 우두커니 서있다. 네이버 지도 앱을 실행해보니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차들이 지나가는 애매한 길이라 조심히 길가 끝에 붙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버스를 잘못 타서 한참만에 서귀포에 도착한 후라 머리가 조금 띵하다. 일단은 무조건 걸어야 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작은 야자수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제주에 와서 서귀포는 처음이다. 그동안 가봤던 제주와는 다른 풍경과 땅 내음을 상상하며 한 발자국씩 내디뎠다. 커다란 나뭇가지들이 바람결에 마찰하며 듣기 좋은 시원한 소리를 들려준다. 제주의 전통 대문처럼 기다란 통나무가 얹혀있는 정문 앞에 차 한 대가 서있었고..

제주 월영사계 조식 베이글과 치즈

이번 여름 가장 제주스러운 음식 제주에서 지냈던 4박 5일의 숙소 월영사계에서 매일 아침으로 먹었던 조식이 있다. 바로 베이글 빵과 분다버그 음료수, 과일잼, 필라델피아 치즈. 그리고 매일 아침 카페테리아에서 내려 마셨던 아메리카노 커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출근을 하면서 아침식사를 챙겨 먹은 적이 거의 없기에 아침 조식을 먹는다는 것이 대단히 거창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서양식 식사라서 더 신기하게 다가왔다. 매일 아침 친구와 나는 테라스에 놓인 작은 캠핑용 테이블에서 베이글과 치즈, 쨈, 분다버그 음료수, 커피를 늘어놓고 배고픔을 채워나갔다. 시간적 여유가 넘쳐났기에 베이글에 치즈 한 덩이를 살짝 올려 바르고 그 위에 포도잼이나 딸기잼을 덧발라 한입씩 베어 물었다. 살짝 딱딱한 베이글의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