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 월영사계 조식 베이글과 치즈

낮가림 2022. 9. 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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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가장 제주스러운 음식






제주에서 지냈던 4박 5일의 숙소 월영사계에서 매일 아침으로 먹었던 조식이 있다.
바로 베이글 빵과 분다버그 음료수, 과일잼, 필라델피아 치즈.
그리고 매일 아침 카페테리아에서 내려 마셨던 아메리카노 커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출근을 하면서 아침식사를 챙겨 먹은 적이 거의 없기에 아침 조식을 먹는다는 것이 대단히 거창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서양식 식사라서 더 신기하게 다가왔다.




매일 아침 친구와 나는 테라스에 놓인 작은 캠핑용 테이블에서 베이글과 치즈, 쨈, 분다버그 음료수, 커피를 늘어놓고 배고픔을 채워나갔다.
시간적 여유가 넘쳐났기에 베이글에 치즈 한 덩이를 살짝 올려 바르고 그 위에 포도잼이나 딸기잼을 덧발라 한입씩 베어 물었다.
살짝 딱딱한 베이글의 따뜻함과 치즈의 고소함 그리고 쨈의 달콤함이 서양식 삼합을 이루어 입속에서 녹아든다.
너무 혀끝이 달아질 때는 탄산 가득한 분다버그나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맛 조합이 최고다.




제주의 조식은 음식만 맛보는 것이 아니다.
밝은 햇살에 살짝 광이 나는 둥근 청귤들과 잠깐씩 스쳐가는 바람들에 흔들리는 높은 나무들이 내는 소리가 오감으로 느껴진다.
살면서 매일 아침 주기적으로 조식을 먹은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작년까지는 코로나 여파로 숙소 호스트와 게스트 간의 비대면이 정해진 룰이었고 따라서 조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세 번째 제주 방문만에 조식에 대한 소원은 이루어졌다.
우리가 조식을 먹고 있을 때면 가끔씩 지나다니는 사장님의 흐뭇한 미소가 느껴졌다.




우리는 동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하나로마트에서 빵을 사 왔고 아침에 같이 먹기도 했다.
숙소 사장님이 선물로 받으신 따끈한 빵을 받아서 시원한 숙소 안에서 먹기도 했으며 머무는 동안 꽤 많은 빵 종류를 먹어본 것 같다.
이때의 기억과 맛으로 나는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식빵에 치즈와 쨈을 발라먹기도 했다.
매일 먹기에는 질릴 수 있지만 가끔씩 먹는 재미와 느낌이 있다.
이번 여름 제주에서 고등어회와 면 종류, 돈 까스등 많은 먹거리를 돌아다니며 먹었지만 이상하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베이글 조식이다.
제주의 전통과 일상과는 거리가 먼 음식이었지만 이번 여름 내게 가장 제주스러운 음식은 월영사계의 베이글 조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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