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2

양재천 달리기

그냥 뛰었을 뿐이다. 약 10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계속 야근 중이다. 생각보다 많이 바빴고 체력적으로 지쳤다. 저녁 7시쯤 퇴근을 하며 길을 걸었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이 시간에 타는 버스는 사람으로 꽉 차있다. 퇴근길 속도를 위해 굳이 비좁은 버스를 타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양재천 육교 밑으로 들어가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 보니 갑자기 뛰고 싶어졌다. 서른 살 초반까지는 늦은 밤에 밖으로 나와 뛰어다녔다.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었고 그 덕분에 뛰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늦은 저녁까지 야근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나의 달리기 취미는 사라져 버렸다. 달린다는 감각은 출근길 전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뛰는 순간만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퇴근길 어두운 양재천 길 위에..

제주의 풍경

밝은 햇살에 눈이 자연스럽게 떠진다. 상체를 침대에서 일으킴과 동시에 온몸의 근육을 조금씩 풀어준다. 2층에서 1층으로 나무계단을 내려가며 주위를 둘러본다. 오름처럼 보이는 언덕사이로 뿌연 안개가 가득하다. 커피포트의 물을 끓이고 커피 한잔을 만들어 낸다. 식탁 위에는 따뜻한 커피의 수증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난 홀린 듯이 밖의 풍경에 멍하니 시선을 빼앗긴다. 거실 구석에선 함께 여행을 온 친구가 몸이 아파 끙끙거리고 있다. 전날 숙소의 야외 자꾸지에서 물놀이를 즐기더니 몸살에 걸린 모양이다. 두통약 하나를 건네주고 다시 낯선 풍경에 시선을 맡긴다. 생각해보니 전날 동네를 모험했을 때 약국은 발견되지 않았고 보건소도 문이 닫혀있었다. 비상약을 챙겨오지 않았다면 친구는 하루 종일 두통과 몸살로 고생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