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안 쓸 때는 몰랐는데 글을 쓰니 살면서 아주 작은 순간이나 현상도 큰 의미가 되고, 몇 배의 문장으로 뻥튀기될 수 있는 좋은 옥수수알 같은 글 알갱이가 된다.
매장 안에 혼자 앉아있다.
손님도 없고 한산한 분위기다.
에어컨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사이다 한 캔을 따서 마시는 중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잡생각에 빠지던 중에 지금 당장 블로그 포스팅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생각을 다잡았다.
오늘은 무슨 주제를 써야 할까?
어떤 주제와 제주가 잘 맞을까 하며 생각을 하려 애쓴다.
그리고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상 거의 매일 쓰는 블로그 포스팅 글은 나에겐 항상 새로운 주제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재를 생각해야 한다.
평소에는 수많은 잡생각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머릿속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글을 쓰려고 생각을 하는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처럼 조용했고 깨끗했다.
어제 제주와 잡생각이라는 포스팅을 했었다.
그래서 애써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을 했고 이것을 마치 생각의 숨 참기와 같다고 비유를 했었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 강제적으로 노력했고 멍 때리기가 아닌 내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것이었다.
글을 쓰려고 수많은 생각들을 불러오려고 노력하는 순간 잠깐 몇 초 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은 순간을 인지했다.
생각의 흐름을 막으려 애를 써도 안되던 것이 오히려 풀어놓으니 아예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정말 아무 노력도 없이 생각의 빈 공간을 느꼈다.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텅 빈 공간.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와 뇌가 불러주는 대로 글만 적고 싶은 마음이다.
중간에 손님이 와서 잠깐 얘기하다 들어와 다시 글을 작성하려니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생각이 끊기니 다시 연결점에 집중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어쨌든 이런저런 넊두리로 지금 이글도 채워지고 있다.
테트리스 게임 화면에 블록이 쌓여가듯 이글도 빈 여백에 문법을 맞춰가며 쌓이고 있다.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게임처럼 빈여백에 글자를 밀어 넣는 중이다.
글을 안 쓸 때는 몰랐는데 글을 쓰니 살면서 아주 작은 순간이나 현상도 큰 의미가 되고, 몇 배의 문장으로 뻥튀기될 수 있는 좋은 옥수수알 같은 글 알갱이가 된다.
그동안 지나쳤던 작은 것들이 글을 쓰기 위한 소재가 되어주니 고마울 뿐이다.
정보성 글을 쓰는 블로거가 아니다 보니 항상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하고 내가 직접 겪은 체험을 적어내야 한다.
제주에서의 아주 작은 경험도 내겐 하루를 채우는 글이 되어준다.
다만 요새 먼지모를 정체를 겪는 중이라 생각 자체에 대한 생각이 많다.
내 생각이 내 편이라면 좀 시원하게 뻥 뚫려서 막힘없이 글을 쓰게 도와줬으면 좋겠다.
시간을 보니 퇴근할 준비를 해야겠다.
매장 정리도 하고 마무리해야지.
그만 투정 부리고 이글도 셔터를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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