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들이 나를 제주로 보내줄 것이다.
나에게 가장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은 언제일까?
잠에서 깨어난 새벽시간은 출근 준비에 맞춘 습관대로 거의 자동화기기가 되어 움직인다.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직장의 문턱에 발을 들이기까지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가볍게 듣기 좋은 공포 라디오나 경제 관련 혹은 자기 계발 유튜브 채널 등을 본다.
생각을 비운채 목적지인 직장까지 이동하느라 영상과 소리에만 주의를 기울인다.
환승한 버스에서 내려 일터의 문을 먼저 오픈하고 전원 스위치를 올려 환하게 불을 켠다.
한번 둘러본 후 사무실로 들어와 믹스커피 한잔을 탄다.
조용히 소파에 앉아서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마신다.
어쩌면 가장 기분 좋은 시간 중 하나다.
직장에 일찍 출근해서 아무도 없을 때 따뜻한 커피 한잔을 타 먹으며 조용히 앉아있는 습관은 이번만 아니라 다른 업에서도 10년 이상 반복된 행동이다.
가끔 지각할 때도 있지만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졌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보기도 하고 가끔 생각거리를 끄집어내서 고민하기도 한다.
길지는 않은 시간이라 잠깐 그 상황에 빠져있으면 시간을 산책하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좀 지나면 바쁠 때도 있고 그럴 때는 육체적으로 피곤해지기에 생각을 길게 할 수가 없다.
밥때가 되면 슬슬 배가 고파지고 오늘은 무얼 먹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주문을 하고 나서도 언제 올지 기대하는 심리가 강해진다.
다시 일터 정리를 하고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진다.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기까지도 출근과 똑같다.
방향만 반대로 바뀌었을 뿐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아침과 비슷한 영상을 찾아보고 듣는다.
집에 도착 후 씻고 나면 배가 고파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이때부터는 나만의 시간이니 잘 활용해야 한다.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하거나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다.
그렇지만 매번 이 루틴이 정해진대로 실행되지는 않는다.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에 빠지기도 한다.
몸을 쓰는 육체노동의 단점이 하루의 기력이 빨리 소진된다는 것이다.
이 하루의 활동 중에 과연 어떤 시간이 내게 가장 창의적인가 생각해보면 퇴근 후의 시간이 그나마 가장 적합하다.
그렇지만 내 인생의 결과물을 봤을 때 그렇지도 않다.
창의적인 순간은 불현듯 왔고 일하는 중간에도 누가 내 뇌에다 아이디어를 던진 것처럼 갑자기 찾아왔다.
아마도 이렇게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라고 마음에서 중얼거릴 때, 삶에 도움이 될 힌트를 하나씩 우주가 던져주는 것 같다.
칭얼거리는 어린아이에게 작은 사탕을 던져주는 것처럼.
이 힌트들을 나는 조금씩 모아 왔고 나의 메모 앱에 달고 맛있는 사탕들이 쌓여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봤는데 내가 가장 창의적일 때는 바로 혼자 있을 때였다.
장소나 환경은 상관없었다.
직장동료나 혹은 가족이 없을 때 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을 때 나는 마치 가면을 벗고 허물을 벗듯 내 안에 있는 본성이 나왔다.
장난기 많고 반짝이는 눈으로 무언가를 완성하려는 아이.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때 그 아이는 숨어버렸다.
그래서 아침 일찍 출근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했나 보다.
생각해보면 직장동료나 가족의 시선을 의식하는데 친구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는다.
그 친구도 나와 같은 아이라는 걸 느꼈나 보다.
아이의 친구는 아이다.
내가 제주를 생각하고 있을 때도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때는 장소나 환경이 주된 요인이었다.
제주를 생각한다는 것은 몸은 서울에 있지만 정신은 내가 보았던 제주의 풍경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이다.
제주 밖에서 제주를 생각하면 억지로라도 제주의 한 장면이 머리에 떠오른다.
제주의 환경을 거쳐야만 내 머리로 찾아오는 아이디어들.
혼자 있거나 혹은 같은 아이와 있거나 제주를 생각할 때 나는 가장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다.
내게 묻는 질문을 글로 풀어내니 나를 더 잘 알게 됐다.
참고로 이 포스팅은 사무실에서 혼자 있을 때 제주를 생각하며 친구인 아이와 카톡을 하며 생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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