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의 돌, 화산송이가 될래요

낮가림 2022. 8. 2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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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이는 깨달음





오늘도 나는 보통 혹은 평균의 삶을 살고 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어제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와 뒤섞어도 어느 것이 지금인지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항상 똑같은 순간과 똑같은 선택으로 이루어진 장면들이 모여 오늘이 되고 하루로 끝 마침 한다.




늘 가격이 더 싸다는 이유로 펩시콜라를 주문했다.
실수였다.
펩시콜라의 맛이 코카콜라보다 더 맛있다는 사적인 취향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선택이었다.
만족했다.
코카콜라는 극장이나 술자리에서 주문해 먹는 음료였다.
밖에서 먹는 콜라는 서비스에 자리비까지 더 가격이 붙는다.
높아진 가격만큼 더 맛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극장에서 문화를 즐기고 경험하며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술과 함께 기분전환의 음료가 되어주는 코카콜라는 내게 다양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나는 집에서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펩시콜라를 주문했다.
나의 주의는 가격과 브랜드 로고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덕분에 매번 쿠팡에서 주문하는 펩시콜라를 나 때문에 온 가족이 마시고 있었다.




내 인생은 4년 정도의 주기로 변화를 겪었다.
마치 중학교, 고등학교처럼 3, 4년 정도 한 곳에서 정체된 삶을 살다가 무엇인가 번뜩 깨닫고 그 자리를 졸업한다.
이동하지 않고 직장이나 한 곳에 머무는 삶.
변하지 않고 발전이 없는 사고방식 등으로 오랜 시간을 돌처럼 살았다.
나의 인내심은 주변의 인생보다 끈질겼고 어떤 비난과 조롱에도 묵묵히 돌처럼 견뎌냈다.
실수였다.
난 거기서 싸워야 했고 내 자존감을 지켜야 했었다.
나에게 맞는 환경과 인간관계를 스스로 선택할 줄 알아야 했다.
쓸데없는 일에 인내심을 낭비해서 우직한 돌이 되었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돌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고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순간들을 갖지 못했다.
아무도 돌을 주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놓지 않았다.
난 선택이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일해야 했다.




4년 정도의 주기로 어느 날 깨달음이 왔다.
누군가 돌을 주어서 계단 위로 옮긴 것은 아니었다.
지나가는 이가 돌을 세게 차 버린 것 같은 충격과 깨달음이었다.
난 날아갔고 자의든 타의든 다른 환경으로 옮겨갔다.
매 주기마다 다행히 나는 조금씩 발전했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넘보지 않던 세계의 담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화훼단지도 올해로 4년째다.
우연처럼 또다시 인생에 변화가 일어나려 한다.
다만 이번에는 누군가가 손으로 줍거나 발로 차 버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돌이 되었다.




어릴 적 나는 숨겨진 부자나 유명한 사람들의 손에 주어져 보통의 돌에서 관심받는 수석이 되기 원했다.
그러나 나의 가족과 주변 지인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서로가 먹고살기 바빴고 그들도 나처럼 느낌으로는 코카콜라를 사랑했지만 펩시에게 돈을 지불해야 했다.
나는 혼자 움직이는 돌이 되어야 했다.
인생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런 깨달음은 미래의 내가 던져주는 힌트일지도 모른다.
한자리에 굴러다니던 돌을 발로 차 버린 것은 미래의 나일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또다시 멀리 차 버렸다.
더 이상 어제와 똑같은 오늘에 머물지 말라며 돌아올 수 없는 저 멀리로 차 버렸다.
항상 서울과 경기 주변에서 이동하던 나를 이번에는 얼마나 세게 차 버렸는지 물 건너 제주에 떨어져 버렸다.

사람은 좋은 것을 경험하면 좋은 것을 잊을 수가 없다.
기분 좋고 고귀한 그 느낌을 기억하는 한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갈 수가 없다.
나는 제주를 알아버렸고 제주를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나는 평범하고 무거운 돌멩이에서 가볍고 특이한 제주의 돌 화산송이가 될 것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살 것이고 지나간 어제와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와 섞어도 서로 다른 날처럼 보일 것이다.




가끔 길을 가다 작은 돌멩이가 보이면 나는 가볍게 차 버린다.
스스로에게 주는 깨달음이다.
수평이 기울지 않는 한 돌은 항상 제자리에 머문다.
발끝에 맞는 순간 돌멩이는 하늘을 낮게 날며 뜻하지 않은 곳에 떨어진다.
전에 있던 자리보다 좋지 않은 땅일 수 있어도 돌멩이는 하늘을 날고 움직이며 발로 차이는 깨달음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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