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낙성대 도모야 회포차 방어회와 고등어회

낮가림 2022. 9. 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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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설명 못하는 몇 가지 우연에 의해서 필연처럼 보이게 만든다.






어제저녁 정말 오랜만에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내가 사는 낙성대 도모야 회포차.
지하에 있어서 지나치기 쉽지만 단골손님이 굉장히 많다. 코로나가 많이 잠잠해지고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은 무작정 찾아가서는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
평일날 저녁은 이미 예약으로 꽉 차 있어서 아무도 없는 빈자리라도 노란 포스트잇으로 예약 표시가 되어있다.
도마야 회포차는 내가 제주 활 고등어회와 서울의 숙성고등어회 맛을 포스팅하면서 자주 사진을 올렸던 곳이다.
낙성대 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니 어제도 예약 없이 오픈 시간 5시 30분에 정확히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저녁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되어 있을 때도 예약한 적이 없어서 첫 손님이다 보니 당연히 자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게 인스타를 자주 보던 경험상 요즘은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가 첫 손님이었고 사장님과 단둘이 있었지만 내가 가방을 내려놓은 자리 외에는 모두 노란 포스트잇으로 예약 표시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나처럼 예약 없이 오신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기 미안하셔서 자리 하나만 남겨놓았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당연히 그 자리가 내 자리였음을 알고 있었고 굉장히 담담한 느낌이었다.
초월자마인드 단톡방과 심상화 방법에 나는 많은 관심과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냥 단순하게 믿는 대로 움직이는 작은 실천력이 생겼다.




사실 항상 퇴근하던 시간에 출발했다면 그 자리는 다른 손님의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퇴근하는 상상을 했고 잠시 후 사장은 그냥 집에 가자며 퇴근 준비를 했다.
난 기다렸다는 듯이 정리를 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곧 도착하는 버스에 올라타 교통카드를 찍고 여유 있게 가는 상상을 했다.
버스가 왔고 난 여유 있게 탑승할 수 있었다.
친구와 나는 전화통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둘 다 예약을 거부했고 나는 예약을 하지 않은 채 도착해서 회를 먹는 상상을 했다.

아무 문제없이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는 작은 믿음이 있었다.
내가 먼저 도착해 자리를 얻었고 얼마 후에 친구가 도착했다.
우리는 첫회로 방어회를 주문했고 담백하고 맛있는 방어회가 나왔다.
두 번째 회로 숙성 고등어회를 주문했고 고소한 고등어회가 나왔다.
내가 사장님께 주문만 정확히 한다면 우리가 요구한 메뉴를 받을 것이다.
심상화의 원리도 그렇다.
내가 정확히 상상하고 생생히 느낀 그것을 이미 받은 것처럼 느끼고 있다면 우주 또한 정확히 그것을 내어줄 것이다.
우리는 고등어회를 주문하고 치킨이나 피자가 나올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고등어회를 주문했으니 잊고 딴짓을 하다 보면 결국 고등어회는 나온다.
한치의 의심도 집착도 없다.




도모야 회포차는 내가 다녀본 횟집을 통틀어 가장 감칠맛 나는 숙성회가 나오는 곳이다.
사실이 그렇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횟집이라고 믿는다면 더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주방에서 내 눈에 보이는 사장님이 우주 제일의 숙성회 신이라고 상상한다면 그렇게 느낀 만큼 더 생생한 맛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원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장님은 내가 상상한 테이블 자리를 그날 빼놓으셨고 나는 오픈 시간에 정확히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과정 모두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느껴졌다.
매우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이었지만 나는 상상대로 경험이 일어나자 조금 찌릿한 기분이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은 일상의 사건들이 우연인 듯 일어나고 관찰자인 시청자들은 저런 우연이 어딨어하며 시나리오의 허술함과 작가의 상상력을 비난한다.
액션 영화에서 총알은 항상 주인공을 비껴가고 로맨스 영화에서는 남녀를 만나게 해 주기 위해 신이 홍해를 가르듯 수많은 인파에서 두 사람이 걷다가 부딪히게 만든다.
모든 시간, 장소, 행동 등 사건의 진행이 작가도 설명 못하는 몇 가지 우연에 의해서 필연처럼 보이게 만든다.
나는 직장에서 일찍 퇴근하고 예약도 없이 도모야에 도착해 친구와 함께 훌륭한 저녁식사를 즐긴 것이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면 우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그 모든 일의 진행과 경험을 상상했기에 일의 결과가 그리될 수밖에 없는 필연이었다.




다음번에는 이틀 전에 미리 예약을 잡기로 했다.
그날의 추천 메뉴는 사장님이 도모야 인스타그램에 오픈 한 시간 전에 사진을 올리신다.
참 세 번째 회로 삼치회를 주문했고 사장님이 서비스로 청어회를 얹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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