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가 없어
* 작은 아씨들 5화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청하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제 방송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5화 중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화영이 인주의 명의로 싱가포르에 고급주택과 고가의 자동차 등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인주는 자신의 이름으로 싱가포르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집과 차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믿을 수가 없어.
세상 어딘가에서 누가 내 이름으로 이렇게 살았다는 거.
어떻게 이런 걸 가지고 있으면서 새벽에 청소하고 밤에는 영어 학원 다녔어, 언니?
어떻게 이런 걸 두고 눈을 감았어?
그리고 왜 나였어?
나는 극 중 인주의 독백을 들으면서 드라마 속 세상이 아닌 미래의 내가 떠올랐다.
심상화로 원하는 미래를 생생히 상상하고 감정을 느끼고 있던 나는 차원을 넘어 미래를 보게 된다.
바람에 야자수 나뭇잎이 흔들리고 그 밑에는 넓은 대지에 하얗고 반짝이는 커다란 저택이 보인다.
고급 외제차들이 주차장에 있었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몇 마리가 계단과 낮은 돌담 위에서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초록 이끼로 덮인 큰 바윗돌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대신 마당의 무게를 잡아주고 있었다.
거북이걸음만큼 조용하고 평화로운 집이었다.
나는 알았다.
이 모든 것이 내 이름으로 된 집과 자동차 재산들이었고 소중한 나의 친구들 야자수와 고양이들이라는 것을.
인주의 독백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믿기 위해 심상화를 하지만 눈앞에 그려지는 상상들이 정말 꿈같았다.
미래의 제주 어딘가에서 누가 내 이름으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그 사람이 나라는 것을.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줬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집과 고양이들의 모습을.
그러면 인주처럼 더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상화를 통해 나 자신의 부유하고 빛나는 미래를 보지만 현실과 상상의 간극을 좁히거나 메꾸기란 쉽지 않다.
인간의 좌뇌와 우뇌는 중간의 뇌량이라는 부분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한다.
이 처럼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뇌량 같은 기관이 나는 심상화라고 믿는다.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심상화를 통한 미래의 상상 속 이미지와 감정들을 받아들인다.
나의 의식은 일상 속에서 계속 믿음의 끈을 놓기 일쑤지만 무의식은 천천히 내가 끌어들인 에너지와 소통한다.
내가 만들어낸 미래의 결과로 인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흐름으로 원인들을 끌어들이고 나의 미래를 현실화시킨다.
돈 때문에 겪게 되는 결핍 없이 행복해지자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마음 편히 보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느끼고 나의 세계를 잊게 된다.
인주가 겪는 일들이 감정적으로 다가오고 극 중 대사가 나의 관심사를 건드린다.
아주 작은 한 장면들이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해 준다.
특히 작은 아씨들 드라마가 그렇고 인주라는 인물이 나의 생각과 자꾸 겹친다.
과거 인주와 화영이 함께 싱가포르에 여행 가서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카야토스트를 먹으며 식사를 한다.
카야토스트를 맛있게 먹던 인주는 갑자기 울먹인다.
화영은 울먹이는 인주에게 묻는다.
왜 그래, 인주야?
이혼하고 나한테 좋은 일 하나도 없을 줄 알았어.
맛있는 거 먹고 해 지는 거 보고 이런 시간 다시는 안 오는 줄 알았어.
나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있었다.
내가 상상한 순간부터.
결과가 원인을 만들어 버렸다.
'내 활주로는 제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성대 도모야 회포차 방어회와 고등어회 (2) | 2022.09.22 |
---|---|
단순한 인생 (4) | 2022.09.20 |
공포라디오 (0) | 2022.09.17 |
2022 곶자왈 워킹챌린지 행사 (6) | 2022.09.16 |
추운 겨울 월동하는 사람 (4) | 2022.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