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작은 아씨들 인주와 심상화

낮가림 2022. 9. 1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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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가 없어





* 작은 아씨들 5화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청하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진 출처 ㅡ tvN 공식홈페이지



어제 방송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5화 중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화영이 인주의 명의로 싱가포르에 고급주택과 고가의 자동차 등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인주는 자신의 이름으로 싱가포르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집과 차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믿을 수가 없어.
세상 어딘가에서 누가 내 이름으로 이렇게 살았다는 거.
어떻게 이런 걸 가지고 있으면서 새벽에 청소하고 밤에는 영어 학원 다녔어, 언니?
어떻게 이런 걸 두고 눈을 감았어?
그리고 왜 나였어?


나는 극 중 인주의 독백을 들으면서 드라마 속 세상이 아닌 미래의 내가 떠올랐다.
심상화로 원하는 미래를 생생히 상상하고 감정을 느끼고 있던 나는 차원을 넘어 미래를 보게 된다.
바람에 야자수 나뭇잎이 흔들리고 그 밑에는 넓은 대지에 하얗고 반짝이는 커다란 저택이 보인다.
고급 외제차들이 주차장에 있었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몇 마리가 계단과 낮은 돌담 위에서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초록 이끼로 덮인 큰 바윗돌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대신 마당의 무게를 잡아주고 있었다.
거북이걸음만큼 조용하고 평화로운 집이었다.
나는 알았다.
이 모든 것이 내 이름으로 된 집과 자동차 재산들이었고 소중한 나의 친구들 야자수와 고양이들이라는 것을.




인주의 독백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믿기 위해 심상화를 하지만 눈앞에 그려지는 상상들이 정말 꿈같았다.
미래의 제주 어딘가에서 누가 내 이름으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그 사람이 나라는 것을.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줬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집과 고양이들의 모습을.
그러면 인주처럼 더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상화를 통해 나 자신의 부유하고 빛나는 미래를 보지만 현실과 상상의 간극을 좁히거나 메꾸기란 쉽지 않다.
인간의 좌뇌와 우뇌는 중간의 뇌량이라는 부분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한다.
이 처럼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뇌량 같은 기관이 나는 심상화라고 믿는다.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심상화를 통한 미래의 상상 속 이미지와 감정들을 받아들인다.
나의 의식은 일상 속에서 계속 믿음의 끈을 놓기 일쑤지만 무의식은 천천히 내가 끌어들인 에너지와 소통한다.
내가 만들어낸 미래의 결과로 인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흐름으로 원인들을 끌어들이고 나의 미래를 현실화시킨다.


사진 출처 ㅡ tvN 공식홈페이지



돈 때문에 겪게 되는 결핍 없이 행복해지자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마음 편히 보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느끼고 나의 세계를 잊게 된다.
인주가 겪는 일들이 감정적으로 다가오고 극 중 대사가 나의 관심사를 건드린다.
아주 작은 한 장면들이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해 준다.
특히 작은 아씨들 드라마가 그렇고 인주라는 인물이 나의 생각과 자꾸 겹친다.


사진 출처 ㅡ tvN 공식 홈페이지



과거 인주와 화영이 함께 싱가포르에 여행 가서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카야토스트를 먹으며 식사를 한다.
카야토스트를 맛있게 먹던 인주는 갑자기 울먹인다.
화영은 울먹이는 인주에게 묻는다.


왜 그래, 인주야?

이혼하고 나한테 좋은 일 하나도 없을 줄 알았어.
맛있는 거 먹고 해 지는 거 보고 이런 시간 다시는 안 오는 줄 알았어.



나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있었다.
내가 상상한 순간부터.
결과가 원인을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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