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아주 작은 실행조차 어려운 것이 사람의 귀찮음이다.
![](https://blog.kakaocdn.net/dn/INwVM/btrMVtn7hJ2/jQYohuYt8TyntCgEJxdmyK/img.jpg)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 매우 규격이 딱딱 정해진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강의를 듣거나 독서를 하고 유튜브를 본다.
잠들 시간이 되면 눈을 감고 잠시 후 또다시 바쁘게 꿈속으로 출근을 한다.
4가지 이상의 공간과 차원에서 쫓기기도 하고 관찰자로서 지켜보기도 한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게 되면 자동적으로 일어나서 보일러 온수 버튼을 누른 후에 화장실로 씻으러 들어간다.
무언가 새로움이 부족했다.
잘되자고 노력하지만 조급함이 없는 정지된 에너지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면 좋지 않을까 머릿속을 정리 중이다.
유튜브 시작하기처럼 거창하거나 굳은 결심을 해야 하는 그런 시도가 아니라도 괜찮다.
유튜브 시작하기는 몇 달째 마음만 먹었지 시작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https://blog.kakaocdn.net/dn/Znogg/btrM2qDwLwU/FxpIV9Rw9MVC21sUDR1O0k/img.jpg)
엊그저께는 퇴근 후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지만 기다리던 버스들은 모두 만원 승객으로 꽉꽉 차서 지나가 버렸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버스 대기시간은 길어져갔다.
이때 느낌이 와서 버스정류장을 나와 화훼단지 아래의 양재천을 걸어 지하철역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버스정류장 대기시간이 길었던지 소변이 급하게 마려왔다.
어쩔 수 없이 소변을 참으며 여유 아닌 여유로운 산책길을 걸어야 했다.
가을이 온 게 맞는지 갈대인지 억새인지 모를 사람만큼 긴 풀들이 자라나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메트로놈 같은 리듬을 눈과 발걸음으로 느끼면서 걸으니 소변이 마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윽고 지하철역에 도착했고 다시 역사 화장실이 떠오르며 다시금 소변이 마려웠다.
나는 화장실에 들르면 지하철을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빠르게 개찰구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 사당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기다렸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든 생각이 내 방광 속의 소변들도 내가 배출해 주기를 기다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난 다시금 소변을 참으며 사당역에 도착했고 다른 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움직였다.
금요일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대기하는 승객들이 너무 많았고 난 다시 계단을 올라가 그냥 사당역을 나와버렸다.
집까지는 역 하나만 더 가면 되었지만 그 번잡함과 대기시간이 싫어서 또다시 걷기로 했다.
소변을 참으면서 걸었고 문뜩 절반 정도 걸었을 때 갑자기 다른 길이 눈에 들어왔다.
항상 도로 주변의 길로만 걸었고 그 길이 가장 빠르고 익숙하기에 습관처럼 선택했었다.
도로 안쪽의 동네길로 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난 동네로 깊숙이 들어가 처음 보는 가게와 집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변이 마려운데도 알지 못하는 길을 걷는 미친 짓을 시작한 것이다.
![](https://blog.kakaocdn.net/dn/b5Xd5O/btrMSaW3jUL/ViBD0FdeCaERdb3ZbniJw1/img.jpg)
내가 사는 동네의 현대식 빌라의 풍경이 아닌 오래된 구옥 빌라와 단독주택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오래전 추억의 필터를 눈에 끼게 했다.
마치 여행을 하듯이 외관이 이쁜 가게들과 카페를 지나가며 지켜봤고 높낮이 고차가 심한 동네길을 걸었다.
새로운 것들에 마음과 눈을 빼앗기자 소변이 마렵다는 생리적 고통은 잊고 있었다.
단순히 걷지 않았던 길을 걸음으로써 나는 박스를 뜯지 않은 택배 상자처럼 호기심을 가득 머금은 채 두 시간 정도를 즐거움에 머무를 수 있었다.
이 날의 좋은 기억이 일요일 낮 시간에 이 글을 쓰는 나에게 꼭 필요한 영감을 주었다.
거창할 필요 없다.
퇴근길 안 가본 길로 한번 걸어보아도 되고 안 쓰던 편의점 택배를 이용해 보아도 된다.
먹어보지 않던 과자나 식품을 사 먹어서 새로운 맛을 미각에 저장해놔도 된다.
안 가던 가게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해도 되고 한동안 가지 않았던 장소를 다시 갔다오거나 연락하지 않던 지인에게 문자 한번 남겨놓아도 좋다.
내가 제주를 목표로 정해 놓았지만 전국 어디나 한 번씩 여행을 다녀와도 된다.
찾아보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아주 많다.
물론 아주 작은 실행조차 어려운 것이 사람의 귀찮음이다.
어떻게 보면 귀찮음을 이겨내는 실행의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침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다.
옷을 찾아보니 긴바지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바지를 쇼핑해 봐야지.
'내 활주로는 제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목 (2) | 2022.09.27 |
---|---|
삼립 진한 크림치즈 휘낭시에 (10) | 2022.09.26 |
영감수업 오프라인 특강 원데이 클래스 (8) | 2022.09.23 |
글쓰기 놀이 (4) | 2022.09.22 |
낙성대 도모야 회포차 방어회와 고등어회 (2) | 2022.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