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오픈월드 게임

낮가림 2022. 12. 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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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제주는 내게 수많은 자유도와 가능성을 가진 오픈월드로 보였다.





(사진 출처 ㅡ 유튜브 채널 집마 홀릭, 게임 '스타필드')


오픈월드 (OPEN WORLD)

오픈월드는 높은 자유도와 이동 간의 제약이 없는 게임의 장르 중 하나다.
플레이어는 정해진 중심 스토리를 벗어나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행동을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게임들은 메인 퀘스트와 몇몇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끝을 보기 위해 달려갔다.
오픈월드는 다르다.
이야기의 결에서 떨어져나와 하고 싶은 행동을 할 수 있다.
지나가는 이름 모를 NPC에게 말을 걸거나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한 곳으로 이동해 가만히 멍을 때릴 수 있다.
끝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ㅡ 유튜브 영상 캡쳐)



나는 어린 시절 게임에 푹 빠져있었다.
DOS로 컴퓨터 명령어를 입력하던 시절부터 '페르시아의 왕자'게임에 마음을 빼앗겼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오락실이 대중화되었고 엔딩이 정해진 게임들을 플레이했다.
고를 수 있는 캐릭터에 따라서 약간의 엔딩만 달랐을 뿐 과정은 모두 같았다.
같은 스테이지와 적을 클리어하고 같은 끝판왕을 물리치면 게임은 엔딩 스토리를 보여주며 끝이 났다.
내가 남길 수 있었던 건 게임 순위에 영어 철자로 이니셜을 세기는 것뿐이었다.

중학생이 되고 집에 가정용 PC가 생겼다.
이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게임이 '삼국지 2'였다.
중국의 넓은 땅덩어리에 나만의 국가를 세우거나 역사 속 유명한 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나라를 운영하며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걷고 군사를 훈련시키며 침공과 침략에 대비했다.
이때는 나라에 책사 같은 머리 좋은 인물들이 등용되어 항상 이렇게 하라고 조언을 해줬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거지만 실제 내 인생에도 게임 속 조언자들이 있었으면 삶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현재는 책과 온라인 속의 인물들에게 조언을 받고 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조언을 모두 귀담아듣고 있다.




삼국지는 존재하는 모든 땅을 정복하면 끝나는 게임이다.
천하통일을 이루었던 처음은 후련하고 감동스러웠다.
그러나 두 번째 천하통일을 하고 세 번째, 네 번째가 되었을 때 나는 지루함을 느꼈다.
이미 알고 있는 끝을 향한 과정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10대 시절도 같았다.
초등학교 6년을 졸업하면 다시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끝을 아는 과정이었다.
게임처럼 현실도 지루해졌다.
사회로 나와서도 변한 것은 없었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 다른 곳으로 옮기고 패턴은 항상 같았다.

지구의 현실은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라 믿었지만 수많은 제약이 걸린 세계였다.
어디든지 갈 수 없었고 무엇이든 할 수 없었다.
자유도가 없는 삶이었고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던 게임 속 맵의 끝처럼 투명벽이 존재했다.
고성능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PC도 새로 맞추고 게임 전용 콘솔 게임기도 장만했다.
오랜만에 게임라이프를 다시 즐기려 했지만 어린 시절의 그때만큼 재밌지가 않았다.
유튜브 채널의 게임방송을 보는 것이 더 즐거웠다.
그렇게 게임을 잊고 살았다.


(사진 출처 ㅡ 유튜브 채널 '1분과학')



어느 날 우주가 가상현실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게임 같은 시뮬레이션이라는 영상들을 보게 된다.
현실과 구분이 불가능한 공간에 살고 있다고 한다.
꿈속에서 꿈을 인지하지 못하듯이 인류는 시뮬레이션 속 세상을 현실이라 믿고 있다.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일어났고 시뮬레이션 일지도 모른다고 살짝 인정하는 순간이 왔다.
그러자 제주는 내게 수많은 자유도와 가능성을 가진 오픈월드로 보였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