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그냥, 최근 소식

낮가림 2023. 6. 2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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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블로그에 적는다.
5월 초 까지는 일 때문에 지쳐있었다.
육체적인 에너지 고갈과 피로가 가득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회복된 상태다.
허나 정신적으로 무언가 공허한 상태를 겪고 있다.
예상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미지의 사건들이 곧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체는 모르지만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몰래 힐끗거리며 훔쳐보는 사람처럼 제주의 소식을 주워듣는다.
스마트폰 크롬앱 첫 화면에는 나의 관심사가 많은 커뮤니티의 글이나 신문기사, 유튜브 영상링크가 보인다.
내 뇌를 스캔했는지 스크롤하면 내용의 60% 정도는 제주와 관련된 뉴스기사 내용들이다.
마찬가지로 유튜브 첫 화면에도 내가 즐겨보는 제주유튜버의 영상과 제주 MBC 썸네일 화면이 보인다.
당연히 내가 자주 보는 콘텐츠들을 구글이 수집했으니 웹으로 통하는 길목 어디든 제주가 놓여있었다.

뉴스기사는 안 보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제주에 관련된 기사는 터치에 손길이 간다.
대부분 좋은 소식보다 우울한 내용이 더 많다.
얼마 전 화제의 뉴스였던 비행 중인 항공기의 비상구 출입문 개방 사건부터 농가의 창고화재까지 사건사고가 끓이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제주 해변 정어리 집단폐사 소식과 제주 인구 감소 소식이 들려왔다.
몇 년 전까지 강세였던 제주이주열풍이 꺼진 것이다.

제주살이에 관한 소소한 팁과 적응기를 보여주던 유튜버 가족분들은 제주에서 거주할 집을 결국 구하지 못하고 육지 집을 매매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제주주택 가격이 장기적인 제주에서의 삶을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며칠 전 아침 친구는 카톡으로 장래 소멸위험지역을 표시한 인포그래픽을 보내왔다.
제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결정했다.
오랫동안 운영하던 횟집을 접는다는 사장님의 기사도 보였다.
서울에서는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인데 하루 전 시작된 제주장마는 호우특보가 내렸다.
부정적인 소식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기분이다.
사실 제주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미디어가 인터넷 뉴스기사와 유튜브이기에 일상적인 소식을 전해 듣기는 힘들다.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려면 어두운 기운이 깔려있어야 한다.




제주의 어두운 면에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채로 살 수는 없지만, 그래서인지 반대로 행복한 일상을 보여주는 드라마 속 제주의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물론 그 역시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해 제주를 배경으로 두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 영향으로 조금씩 미소가 지어지고 무거웠던 마음이 풀리고 있다.
어느 날 찾아온 글을 쓴다는 피로감과 허무함이 퇴근 후의 모든 시간을 잡아먹었다.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기를 멈춘 채 사는 대로 살아봤다.
살아는 지지만 가슴속에 크고 무거운 닷을 내린 듯 힘겹고 버거웠다.
이제 그 쇠사슬을 끊고 가벼워짐을 느끼는 중이다.
비는 내리고 공기는 축축하지만 나에게 축하를 전한다.
잘 버텼다고, 미소 지으며 견뎌왔다고, 다시 살고 싶은 삶을 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