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맛이 그립다.
현재 내가 일하는 업종에서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가 바로 4월 말에서 5월 달이다.
며칠 째 야근을 하고 있고 2주째 휴무 없이 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다.
퇴근하면 밤늦게 귀가해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물 한잔으로 배를 채운다.
약속을 잡을 수도 없고 오직 체력과 피곤과의 저울질로 나를 지탱할 뿐이다.
힘든 시기가 지나면 그와 약속을 잡고 바다 맛 가득한 등 푸른 생선회를 먹을 것이다.
혀 끝에 바다 맛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그런 순간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https://blog.kakaocdn.net/dn/FaJIn/btrAXCpRv05/RKNzgNDLMykdKtkG9RjlY1/img.jpg)
제주에서 첫 바다 맛 가득한 고등어회와 갈치회를 만난 후, 난 한동안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제주로 내려가 회만이라도 먹고 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도 고등어회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봤다.
무려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고등어회를 하는 횟집이 있었다.
바로 우리 동네였고 지하에 위치한 해산물 위주의 포차라 그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던 곳이었다.
기대와 우려 속에 난 그를 동네로 초대해 지하계단으로 조심히 한걸음을 내밀었다.
그곳은 미지의 세계였고 지하 던전 같은 깊이에 바다 맛 가득한 작은 용궁 같은 곳이었다.
도모야 포차.
우리가 찾아간 곳이다.
그와 내가 들어갔을 땐 작은 지하 던전이 꽉 차 있었다.
할 수 없이 사장님과 면담하는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바로 고등어회를 주문했지만 이미 품절이었다.
나의 생각은 그 순간 정지됐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사가 던전을 모험하는 것처럼, 나와 그는 공주 없는 던전을 찾아간 목적을 잊어버린 순간이었다.
우리의 감정이 전달됐는지 사장님은 이내 고등어 반마리가 남았다며 만원 어치라도 드릴까요?라고 조심히 말씀하셨다.
나는 바로 낚싯대의 미끼를 물었고 생선처럼 기분이 파닥파닥 뛰었다.
![](https://blog.kakaocdn.net/dn/EJe6L/btrAYlnPtev/C3Cblwb092HkyRD2RxUeck/img.jpg)
드디어 기다리던 고등어회가 나왔다.
이곳의 회는 모두 숙성시킨 숙성회였다.
제주가 아닌 서울.
우리 동네에서 먹는 고등어 숙성회라니.
쪽파와 채 썬 생강을 함께 먹는 고등어회였다.
![](https://blog.kakaocdn.net/dn/cpnDzU/btrAYlnPtIt/FUq71kDDG9CppsMMghnEC0/img.jpg)
초로 간이 밴 밥이 나오고 초밥처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밥에 생고추냉이, 쪽파, 생강을 올리고 간장에 살짝 찍은 고등어회를 올려 혀끝으로 감아올렸다.
아 바다의 맛이다.
갓 잡은 활어회의 고소함과 또 다른 맛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비릿함이다.
비릿함과 고소함이 함께 섞인 맛의 풍미는 꽤나 황홀했다.
그와 나는 고등어 숙성회의 맛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로도 우리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이곳에서 회를 먹는다.
지금은 고등어가 산란기라 구할 수가 없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날의 추천 메뉴에 올라오지 않는다.
매일 인스타로 사장님이 올리신 당일 추천 메뉴를 보며 간절히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등 푸른 생선이 청어와 삼치회등 몇 가지가 더 있고 고등어회만큼 자주 찾는 메뉴이다.
이 힘든 시간이 썰물처럼 빠르게 지나면 어서 빨리 바다 맛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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