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6

꿈과 현실

내게 꿈이 없는 어두컴컴한 하룻밤은 깨어있는 밝은 하루와 같다. 진짜 세상 가짜 세상 현재의 순간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건들과 일상들이 나를 만들었다. 단순히 물리적인 세포와 육신이 아닌 타인이 나를 보았을 때 느껴지는 눈빛과 태도 성격 등이 자라났다. 기억 속에는 다양한 오감이 장면들과 뒤섞여 남아있지만 그중에는 진짜로 있었던 일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내가 꿈을 현실이 아니라고 인식한 어린 시절의 순간부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꿈을 빼먹은 적이 없다. 너무나도 생생한 컬러의 꿈들. 낮에는 똑같은 일상을 밤에는 매번 다른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매일 꿈을 꾸었던 나는 잠이 깨는 이른 아침이 오면 밤새 창조된 오디세이 같은 모험 신화를 기억 속에 다시 떠올리려 집중했다. 그..

다음화 보기

과거만 돌아보며 이전 화만 무한으로 돌려보기를 반복할 뿐이다. 얼마 전에 강의 수강과 필기용으로 갤럭시 탭 S8 울트라를 구매했다. 생산성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산 제품이지만 워낙 큰 화면이라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행사 이벤트로 디즈니 플러스 1년 구독권도 선물 받았고 이 계정을 친구와 프로필을 나눠서 이용 중이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 중인 작품은 최근에 방영되어 호평과 시청률을 모두 잡은 천원짜리 변호사라는 드라마다. 남궁민이 능청맞은 변호사 역할로 등장하는데 어느새 연기의 신이 되어버린 듯하다. 과거 김명민과 조승우 등이 그러한 타이틀을 쥐고 있었는데 남궁민도 그들과 또 다른 연기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에 푹 빠져 있을 때 시청 중인 회차가 끝이 나면 자동으로 넘어가..

제주 사진

나는 오래된 구옥의 계단이 참 좋다. 제주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 하루가 지난 일요일 오후에 나는 스마트폰에 담긴 제주의 추억을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했다. 소중한 추억을 하드 드라이브와 온라인 상의 구글 드라이브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총 3개의 장소에서 보관한다.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가 끝나면 제주에 함께 동행한 친구에게 링크를 복사해서 공유해 주어야 한다. 하드 드라이브에 먼저 옮겨놓은 파일의 개수를 확인하니 2,687개의 파일이 있었다. 4박 5일 동안 저만큼을 찍은 것이다. 짧은 동영상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두 사진들이다. 나는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찍는 버릇이 있다. 걸어가다 보이는 대부분의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발걸음 사이 한 쪽발을 든 채로 1초 정도 멈춰서 사진을 찍는다. 내..

제주에서는 물리지 않기를

밖에서 물린 것과 안에서 물린 것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깨고 잠깐 딴짓을 하다 다시 잠이 들었다. 어깨에서 뭔가가 기어 다니는 촉감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소름과 함께 손으로 어깨를 툭 쳤고 그 순간 피부를 물어버렸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나를 문 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것이 나를 물었을까? 고통은 꽤나 강했고 아직도 어깨가 주사에 맞은 듯이 얼얼하다. 모기를 제외하면 정말 오랜만에 물린 듯하다. 그래도 괜찮다. 오랜만에 느껴본 감각이라 무뎌진 신경이 살아난 느낌이다. 다만 나도 모르게 환상을 느낀다. 자꾸 이불이나 방바닥 어딘가에 나를 문 벌레가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어서 수시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꿈에서 귀신을 보거나 무서운 영상을 보고 나서는 자꾸 어두운 방 한 구석을 관찰하는 모양새다. ..

제주라는 땅

내 주변은 내 감정에 반응한다. 너무 지쳤던 걸까? 드라마 주인공의 얼굴 감정이 클로즈업되면서 항상 시작되는 마음 시린 배경음악들. 나는 지친 퇴근길에 스스로 음악을 불러내어 귀에 담아두었다. 내 드라마의 주인공은 나이고 청각으로 불러오는 상상력의 음악은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지금의 내 감정을 불러들인 음악의 멜로디와 가사로 애틋하게 안아줄 수 있었다. 일상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감성적인 방법이다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바보같이 여태 참다가 내 길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머리만 굴리다 보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진다. 쓸데없는 곳에까지 눈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생각의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여기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땅을 찾아야 한다. 나를 성장시킬 수..

난 단지 제주가 좋을 뿐이고 지금은 무기력하다

무기력. 요새 가장 많이 느끼는 기분이다. 명상을 하려 해도 무기력해지니 잠에다 생각을 살짝 담갔다 깨어나 버린다. 최근 가장 의지가 되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영적인 것과 마음 챙김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분인데 무기력 해졌을 땐 그 감정을 이겨내려 하지 말고 최대한 즐기라고 하셨다. 무기력을 즐기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사실 며칠 동안 코로나 확진으로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계속 콧물과 기침으로 힘들었는데 가장 답답한 건 집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되는 것과 집중이 안되니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감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무기력감이 오히려 몸을 쉬게 해 준 것 같아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때는 몸의 기운이 나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막아준다는 촉이 왔다. 우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