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구옥의 계단이 참 좋다.
![](https://blog.kakaocdn.net/dn/H3j4g/btrIPWt8Hri/5ixYCXEe64162XjdKSayGk/img.jpg)
제주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 하루가 지난 일요일 오후에 나는 스마트폰에 담긴 제주의 추억을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했다.
소중한 추억을 하드 드라이브와 온라인 상의 구글 드라이브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총 3개의 장소에서 보관한다.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가 끝나면 제주에 함께 동행한 친구에게 링크를 복사해서 공유해 주어야 한다.
하드 드라이브에 먼저 옮겨놓은 파일의 개수를 확인하니 2,687개의 파일이 있었다.
4박 5일 동안 저만큼을 찍은 것이다.
짧은 동영상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두 사진들이다.
![](https://blog.kakaocdn.net/dn/bkOiRW/btrINtTJ6RC/XuxJpqznUFGP1EjVz2sHOK/img.jpg)
나는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찍는 버릇이 있다.
걸어가다 보이는 대부분의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발걸음 사이 한 쪽발을 든 채로 1초 정도 멈춰서 사진을 찍는다.
내가 습득한 가장 능동적인 기록방법이다.
따로 자세를 잡을 필요 없이 걷던 순간에 잠깐 정지해서 찍는 것이다.
그래야 정상적인 속도로 걸으면서 눈으로 구경도 하며 카메라 렌즈로 피사체를 바라볼 수 있다.
![](https://blog.kakaocdn.net/dn/cQ8Pnm/btrISPnGW0y/gkVztxQkAhtPxdLyrqeIz0/img.jpg)
나는 제주의 유명 관광지나 이름 난 맛집보다 보통의 일상적인 제주의 동네길과 골목 사이로 걸어 다니는 것을 즐긴다.
그중에서도 높이 자라 초록스러운 야자수 나무와 오래되어 자연스레 빈티지 필터가 입혀진 구옥 집들을 사랑한다.
특히 구옥 집들의 옥상으로 연결되는 작은 미니계단들.
난 그 계단들이 너무 좋다.
한 번도 옥상을 등반하는 제주사람들을 본 적 없지만 해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 때, 커피 한잔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바람이 살살 식혀주는 커피에 붉게 저무는 노을을 맛보고 싶다.
![](https://blog.kakaocdn.net/dn/drrMIy/btrIO1P0lW8/FAdcuKBQjvjKSx5BV348R0/img.jpg)
그래서인지 그런 상상을 연결시켜 주는 통로인 작은 구옥 계단들이 눈에 띄면 일단 찍고 본다.
계단을 찍은 사진들이 쌓이면 괜시리 마음이 뿌듯하다.
그 계단들을 모두 연결하면 비행기가 다니는 고도까지 닿을 듯싶다.
나중에 제주의 집을 구할 때도 계단이 이쁜 집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든다.
골목에서 집을 바라봤을 때 눈에 확 띄는 그런 계단.
층층이 그림자가 지고 겹겹이 쌓여서 건물의 옆면을 감싼 모습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갈비뼈처럼 느껴진다.
![](https://blog.kakaocdn.net/dn/beT4fu/btrINu6dDWM/3kaRgKq4SzVNO3Y7oxIKV0/img.jpg)
길을 걷는 동안 뜨거운 햇살을 피할 곳이 많지 않아 힘들었지만 강렬한 빛과 온도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줬다.
제주를 기록한 모든 사진에 의미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난 보면 알 수 있다.
그 사진에 담긴 그날 그 순간 내 감정의 온도를.
내가 찍은 사진에는 나만 보이는 내 감정과 기분까지 찍혀있다.
배가 고파 문을 연 식당을 찾는 중에 길에서 찍은 사진에는 나의 허기가 찍혀있다.
나보다 앞서 걸어가는 제주 길잡이 같은 친구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에는 나의 잔망이 찍혀있다.
![](https://blog.kakaocdn.net/dn/bH6yr3/btrISPgXuY0/E5zW5vkroCd1znTTvqRkv1/img.jpg)
제주를 담은 모든 사진에는 제주를 향한 나의 설렘이 가득하다.
마치 동적인 제주가 관찰을 멈추고 사진을 찍을 때만 잠시 멈춰준 듯하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제주의 에너지가 여행 내내 나에게 닿았다.
가지 말고 이대로 남으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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