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꿈과 현실

낮가림 2022. 12. 2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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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꿈이 없는 어두컴컴한 하룻밤은 깨어있는 밝은 하루와 같다.






진짜 세상 가짜 세상


현재의 순간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건들과 일상들이 나를 만들었다.
단순히 물리적인 세포와 육신이 아닌 타인이 나를 보았을 때 느껴지는 눈빛과 태도 성격 등이 자라났다.
기억 속에는 다양한 오감이 장면들과 뒤섞여 남아있지만 그중에는 진짜로 있었던 일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내가 꿈을 현실이 아니라고 인식한 어린 시절의 순간부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꿈을 빼먹은 적이 없다.

너무나도 생생한 컬러의 꿈들.
낮에는 똑같은 일상을 밤에는 매번 다른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매일 꿈을 꾸었던 나는 잠이 깨는 이른 아침이 오면 밤새 창조된 오디세이 같은 모험 신화를 기억 속에 다시 떠올리려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아침이 되면 밤새 꾸었던 꿈을 캐기 위해 이미지와 느낌을 조합해 단서를 찾아나갔다.
결국에 기억나는 꿈들을 모두 생생히 되살릴 수 있었다.




꿈에 집착하다 보니 진짜 있었던 기억과 꿈속의 기억들이 뒤섞여서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앞뒤가 바뀐 것처럼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현실의 사건들은 진짜고 꿈속의 기억들은 가짜라고 할 수 있을까?
타인과 마주치는 일상에선 얼굴의 표정을 숨긴 채 살아가지만 꿈속에서는 온갖 감정의 최대치를 끌어내 펑펑 울던 순간들도 있다.
무기력한 일상에선 있을 수 없는 용기들이 꿈속에서는 생겨난다.
진짜 내 감정들이 살아 숨 쉬는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진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은 단지 가짜고 하룻밤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고 한다.

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꿈속에서도 이상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분명 저번에도 그리고 오래전에도 몇 번이고 재방문한 장소들이 있다.
현실을 비튼 공간임에도 존재하는 장소처럼 몇 번이고 꿈에서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왜 그런 곳들이 있는지 알 수는 없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데자뷔의 순간처럼 꿈속에서도 동일한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잠에 든 후 의식이 끊기면 꿈속의 나는 현실의 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새로운 공간에서 삶을 시작해 나간다.
시간이 흘러 그 삶이 종료되면 세이브 포인트처럼 매일 새벽 같은 자리에서 누워있다가 깨어난다.




두 세계는 분명 서로 영향을 준다.
어느 한쪽만이 진짜 세상이라고 편들어 주기에는 가짜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부정하려 하고 꿈속에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그러한 이유로 꿈속에서 느꼈던 믿음의 순간들을 감정적으로 체험하려 노력한다.
현실에서 겨자씨 만한 믿음을 가지려 의심이 드는 순간마다 마음을 계속 새로고침 한다.

오늘 밤 또 잠이 든다.
육체적으로 피곤한 하루였다.
분명 또 꿈을 꿀 것이다.
꿈을 많이 꾸는 이유가 수면장애라고도 한다.
잠에서 깨어도 피곤한 느낌은 있다.
허나 내게 꿈이 없는 어두컴컴한 하룻밤은 깨어있는 밝은 하루와 같다.
잠이 목적이 아니라 꿈을 꾸기 위해 잠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몇 번 루시드 드림을 체험한 적이 있다.
앞으로 내게 꿈의 통제권이 온다면 주저하지 않고 제주로 순간이동할 것이다.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제주는 내게 첫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