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지워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제주에서의 과거를. 모두 지워야만 추억하지 않고 지금을 살 수 있다. 난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뒤로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마다 한달이다. 과거를 돌아보며 알게 된 사실은 실제 제주에 있었던 날은 열흘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날들을 반복적으로 추억한 시간들을 합한 날이 훨씬 길었다. 난 걱정과 후회도 아닌 과거의 기쁨을 만끽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한 것이다. 행복한 추억과 경험이었지만 내가 제주를 향해 나아갈 때마다 힘이드는 날은 과거의 추억을 불러와 대리만족으로 끝내버릴 것이다. 지금의 나에겐 추억은 중요하지 않다. 살아보지 않은 미래 또한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순간 내가 제주에 있다는 현실인식이 필요할 뿐이다. 서울의 탁한 공기가 아니라 바람이 섞여 물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