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를 상상하기

낮가림 2022. 3. 10. 07:00
반응형




제주가 있다.
방바닥 위에.
난 관찰자가 되어 항공샷 시점으로 제주를 둘러본다.
미니어쳐가 된 가상의 제주.
상상의 영역이 확장되며 제주 주위의 방바닥도 파란 바다로 물들어간다.
서쪽하늘에 손을 올리자 비자림에 거대한 그늘이 진다.
손가락으로 숲을 한번 쓰다듬어 준다.
촉각도 상상으로 느껴본다.
나의 작은 제주는 오늘도 평화롭다.

제주를 상상하면 항상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
바로 첫 숙소가 있었던 송당리.
첫날 비까지 맞으면서 신나게 돌아다녔고 다음날 제주에서의 첫 아침은 전에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고요함과 왜인지 모르지만 청순한 햇살.
그때 그 장소의 온도와 바람에 묻어온 숲냄새.
작은 새끼고양이와 큰고양이가 뒹구는 초록의 잔디밭.
그 모든 풍경과 감각들이 각인 된 제주의 첫 동네.
송당리 그곳에 나의 제주 한 살, 첫 추억이 있었다.

아직도 제주는 가보지 못한 곳 투성이다.
그래서 나에겐 미지의 땅이다.
대신 제주를 상상할 때 분명한 한계가 있다.
가본 곳이 별로 없으니 상상하는 장소는 몇 곳으로 정해져있다.
마치 아주 커다란 집인데 들어가 본 방이 몇 군데 밖에 되지않아 그 방들만 돌아가며 기억을 살려내는 것이다.

작년에 휴가 날짜가 늦게 일정이 잡혔고 숙소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새로 오픈하거나 유명한 곳은 대부분 몇달 전부터 예약이 차버렸다.
그 외의 숙소도 찾아봤지만 만족할 만한 장소는 찾기 힘들었다.
내 희망은 집앞에 귤밭이 있고 제주식 작은 온천탕인 야외 자쿠지가 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만에 똑같은 숙소를 찾았고 운좋게도 그곳에서 일정을 보내게 됐다.
비록 2박 정도 묵은 숙소이지만 상상했던 장소와 비슷한 숙소를 찾은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한경면 청수리의 펜션 청수 1789.
그곳에 내가 상상한 그림이 있었다.
온동네가 청귤로 가득하고 펜션 앞에도 몇 그루가 마당에 심겨져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귤밭이었다.
그때 깨달은건 내가 살게 될 제주의 집도 이런 방법으로 미리 상상 해 보는 것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나의 집을 생각의 안개 속에서 상상으로 찾아내고 있다.
언젠가는 가게 되고 머무를 나의 안식처.
궁금하다.
나의 상상과 얼마만큼이나 비슷할지.

'내 활주로는 제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유와 제주 청수곶자왈  (2) 2022.03.14
제주에서의 기억을 지우자  (6) 2022.03.11
먼지 속의 제주  (3) 2022.03.07
제주로 가기 위해 과거를 바꾸다.  (2) 2022.03.06
To. 제주에게  (2) 2022.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