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6

카누 바리스타 캡슐로 뽑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여름 무더위에 아아 만큼 시원한 음료가 없다. KANU BARISTA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밤마다 무더위 속에서 잠을 청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벽걸이 선풍기와 방바닥에 올려진 써큘레이터로 한 여름을 견뎌내고 있다. 피부에 닿는 인공적인 바람마저도 뜨거운 바람이기에 식은땀에 절어 자다가 눈을 뜨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방 안의 온도가 올라가는 느낌이다. 오랜 세월을 에어컨 없이 생활했기에 매년 여름이 돌아오면 몸의 체온을 낮출 방법을 고민했다. 많은 시도 끝에 찾게 된 단순한 진리는 찬물샤워도 아니고, 얼음창고 안에 있다며 뇌를 속이는 자기 최면도 아니었다. 보온보냉 기능이 들어간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물을 담아놓는 기초적인 방법이었다. 몸의 온도가 올라가 덥다는 기분이 ..

에어컨 바람과 제주

여름을 여름처럼... 나는 집에 에어컨이 없다. 무더운 여름의 한 낮과 눅눅한 열대야 밤에는 딱 오징어 숙회처럼 말랑말랑 해져있다. 몸이 그렇게 뻗어버리니 정신이 말짱 할리가 없다. 천장만 쳐다본 채로 어서 온도가 식기를 기다릴 뿐이다. 가끔 너무 더울 때는 어느 겨울날, 출근길에 체험한 가장 추운 한기를 기억과 감각 속에서 꺼내온다. 짧은 순간이지만 영하의 온도를 몸속에 비축한다. 나의 뇌는 겨울과 여름을 오가며 계절에 속고 또 속는다. 머리 위에는 벽걸이 선풍기가 돌아가고 바닥에는 써큘레이터와 휴대용 무선 선풍기가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3대가 나를 둘러싼 채로 바람을 불어낸다. 에어컨의 냉기보다는 약하지만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대니 기분이 좋다. 눈만 감으면 바로 잠에 들것이다. 나에겐 작은 소망이 ..

제주 여름휴가 숙소 예약하기

네이버 지도로 찾았다. 휴가가 얼마 안 남았다. 나는 당연히 제주로 간다. 하지만 숙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휴가 날짜가 7월 달에 정해지는 업의 특성 때문에 예약을 미리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숙소를 찾는 중이다. 여름 제주 휴가는 나에게 아주 특별하다. 제주에서 살고자 하는 결심을 하게 한 것이 바로 여름휴가다. 그리고 난 육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숙소에서 묵을 생각이 없다. 제주라서 제주만의 감성이 전해지고, 보이고 느껴지는 그런 장소를 원한다. 바로 제주 감성숙소. 키워드는 제주 감성숙소다. 난 첫 시작을 네이버 검색창에서 시작했다. 작년에도 휴가를 눈앞에 두고 급하게 찾은 곳이 네이버 검색 창이었다. 주말의 시간을 온통 숙소 찾는데 매진했고 다행히 괜찮은 숙소를 찾았었..

제주, 여름이었다

조식이 먹고 싶다. 내가 제주로 갔던 휴가는 모두 여름이었다. 이제 다시 여름이 오고 있고 휴가도 돌아온다.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좋은 곳이 제주라 생각하기에 좋은 숙소를 잡으려 한다. 첫 번째 여행 때는 캐리어와 여행장비 그리고 옷가지들을 모두 새로 장만해서 난 여행자야라고 외치는 듯한 기대감으로 출발했었다. 야자수가 그려진 셔츠까지 준비해 가니 그는 나에게 여긴 섬이 아니야라며 흔들리는 동공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여행 때는 정말 많은 것을 준비해 가도 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작은 배낭 하나에 짐을 꾸렸다. 경량화가 목표였다. 그 덕분에 크게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이제 조금씩 준비해 가는 세 번째 제주여행은 똑같은 배낭에 짐과 무게를 더 줄일 것이다. 여행자의 시선..

에어컨이 숨 쉬는 계절에는 제주로 가야한다

오늘은 날이 꽤나 더웠다. 초여름의 습함을 경험했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날씨 앞에서 모두가 힘이 빠져버렸다. 내 마음속에서는 어서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로 떠나가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차가운 커피 한 잔을 하고 싶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눈을 감은 채로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나는 삶을 바꾸고 싶었다. 걱정이다. 걱정하면 안되는데 걱정이다. 우리 집엔 에어컨이 없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집엔 에어컨이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을 부채와 선풍기로 살아왔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매년 덥다고 하면서도 암묵적인 룰인지 부모형제 그 누구도 에어컨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했던 오래전 여름의 어느 새벽엔 자다가 깬 적이 ..

나는 내가 지난 여름 제주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지난여름 휴가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아마도 집구석에서 조용히 일년 치 낮잠을 즐겼을 것이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잔잔한 바람에 숨을 섞었겠지. 늦은 오후에 무심히 일어나 아무 계획 없이 습관대로 얼음 가득한 냉커피를 타 마시며 더위 먹은 속을 달래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 계획 없이 사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을 지켜주는 룰이었다. 그래야 살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사건 사고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이 또 오늘과 같다. 마치 오늘만 사는 삶이다. 살아온 인생 전체를 쪼개고 쪼개 단 하루로 편집하더라도 오늘 하루와 같다. 편집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 똑같은 하루다. 아무 계획이 없으니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 주지..